책과 삶

1000원숍 잡동사니들 풍요와 착취의 두 얼굴

2022.02.11 20:10 입력 2022.02.11 20:22 수정

[책과 삶]1000원숍 잡동사니들 풍요와 착취의 두 얼굴

싸구려의 힘
웬디 A 월러슨 | 이종호 옮김
544쪽 | 2만5000원

‘1000원숍’에 갈 때면 장식품 인형 코너를 쳐다보게 된다. 조잡한 만듦새에 색깔도 삐죽삐죽 칠해져 있다. ‘이게 1000원이야?’라는 생각과 ‘이걸 사서 어디다 써?’라는 생각이 교차하지만 결국 한개쯤 집어들게 되는 마력이 있다. 웬디 A 월러슨의 <싸구려의 힘>은 이런 조잡한 싸구려들(크랩)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크랩은 단순히 값이 싸거나 품질이 낮은 물건만을 뜻하진 않는다. 크랩이란 공장의 생산력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모두 절정에 이르렀던 20세기 미국에서 대량 생산된 잡동사니들을 두루 이른다. 크랩은 대체로 유용하지 않고, 쓸모가 있더라도 그 쓸모가 기상천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누군가를 놀라게 하기 위한 플라스틱 똥 조각, 전자파 팬티, 메모장으로 변신 가능한 커프스단추, 기념품 인도코끼리 조각상, 동물인형 오븐장갑, 진품인 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진품 로열콘월 도자기’ 등이 있다.

기업은 왜 이런 잡동사니를 만들었을까? 노동착취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기업의 관심사는 필요 이상의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제 가난한 사람들도 비록 잡동사니에 불과하지만, 장식품 수집이라는 귀족의 취미를 가질 수 있게 됐다. 20세기 미국 소비자들은 광고가 약속하는 풍요로움과 저렴한 잡동사니를 한껏 즐겼다. 그 과정에서 간혹 지나치게 쓸모없는 나머지 기묘한 매력을 지닌 발명품이 나오기도 했다.

비단 과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 이 책에 등장한 ‘1인용 습식 사우나 주머니’나 ‘올인원 운동기구’는 홈쇼핑에서 지금도 잘 팔린다. 다만 이 책을 덮으며 우리는 미국식 대량생산 체계와 소비 행태가 지속 가능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도한 플라스틱 쓰레기, 제3국 노동착취 등의 문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