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1994-2014
문은아 글·박건웅 그림|노란상상|80쪽|2만2000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세월호를 둘러싼 상처들과 우리 사회는 과연 아물고 변했을까. 10·29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가 구성원의 안전을 지키려는 감각과 노력, 사회 구성원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이 여전히 부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상처를 잊기만 강요했을 뿐,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계속해서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세월 1994-2014>는 세월호가 일본에서 1994년 만들어져 304명의 소중한 생명과 함께 침몰하기까지의 과정을 세월호 일인칭 시점으로 그린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리가 새롭게 알아야 할 것이 더 있을까?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면 딱딱하지 않을까? 책 제목만 보고 가진 선입견을 그림책은 부숴버린다. 세월호가 독백으로 자신의 탄생부터 사고의 순간, 이후 인양까지 서술하는 가운데 ‘그날’로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교차해 펼쳐지며 가슴을 뻐근하게 만든다.
세월호는 1994년 나미노우에호로 태어났다. ‘파도 위’라는 뜻으로 해신에게 평안을 빌던 절 이름에서 따왔다. 나미노우에호가 18년 정해진 수명을 마치고 운행을 중단했다면 이름의 뜻대로 되었을 것이다. 때마침 한국이 여객선 제한 선령을 늘렸고, 나미노우에호는 더 많은 화물을 싣고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함부로 뜯기고 떼이고 붙여진 채 세월호가 된다.
“그날이 오기 전… 나는 너무 쉽게 기울어지고 너무 힘겹게 바로 섰다”는 세월호의 독백 사이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짐을 꾸려 집을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짐을 든 아이 325명이 배로 향하는 모습이 양 페이지를 가득 채운 장면에선 가슴을 한 방 얻어맞은 듯 탄식이 절로 나온다. 참사 전 세월호가 “끊임없이 불길한 징조를 보내 구조를 요청”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듯,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아무도 구조를 원하는 아이들에게 응답하지 않았다.
박건웅은 감정을 절제하고 다채로운 색깔로 점을 찍듯 바다의 풍경을 그려낸다. 빛에 따라 변하는 바다의 풍경은 아름다워서 더 슬프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집을 떠날 땐 벚꽃이 휘날리더니 세월호가 마침내 제주도에 도착해 아이들을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선 노란 유채꽃이 만발했다. 봄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