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본 생태·평화운동가 마사키 다카시

2009.11.01 17:34 입력 2009.11.01 23:31 수정

“스스로를 지구인으로 여길 때 일본 평화헌법 9조 유지될 것”

일본의 인도 철학자이자 농부, 생명·평화운동가인 마사키 다카시(正木高志·64)는 지금 대한민국 땅을 걷고 있다. 그는 2007년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인 헌법 9조를 지키자는 의미로 100일 동안 젊은이들과 함께 일본 땅을 순례하는 ‘워크나인(walk9)’을 이끌었다. 마사키는 한국·일본의 젊은이 20여명과 함께 지난 9월9일 서울을 출발, 100일 일정으로 남한땅을 시계방향으로 순례하고 있다. 일제의 한국 침략을 사죄하고 아시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서다. 마사키는 한국순례 52일째 되던 지난달 30일 ‘생명평화결사’가 진행하고 있는 ‘즉문즉설-우리시대, 비폭력의 길을 묻다’의 네번째 강사로 나섰다. 그는 “폭력과 비폭력은 같은 평면 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폭력의 의식상태에서 비폭력의 의식상태로 상승하는 것, 그게 바로 비폭력”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생태·평화운동가인 마사키 다카시(왼쪽)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장충동 분도빌딩에서 열린 ‘즉물즉설-우리시대, 비폭력의 길을 묻다’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정근기자

일본의 생태·평화운동가인 마사키 다카시(왼쪽)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장충동 분도빌딩에서 열린 ‘즉물즉설-우리시대, 비폭력의 길을 묻다’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정근기자

-워크나인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워크(walk)는 말 그대로 걸어서 순례한다는 뜻이다. 나인(9)은 일본 헌법 9조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나무를 심는 사람이다. 자연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무를 심었다. 자연의 어머니가 나를 안아준 후 나는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자연의 어머니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전쟁이었다. 일본 헌법 9조는 아시다시피 군대 보유를 금지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2년 전 헌법 9조 폐지에 관한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기도하고 걷는 일이라 생각했다.”

-헌법 9조가 있지만 일본은 천황제가 유지되고 있고 우경화되고 있지 않은가.

“말씀하신 대로 일본에는 천황제가 살아 있다. 한 가지 비전을 찾아보자면 지금 젊은이들은 일본인으로 태어났다기보다 지구인으로 태어났다는 의식이 훨씬 강해 보인다. 나는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지구인이다. 동아시아인이다’라는 식으로 새로운 비전을 갖도록 한다. 국가는 전쟁에 지지 않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우리가 국가에 자기 정체성을 둔다면 전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자연과 지구에 진짜 정체성을 두고 생명의 기반 위에 사회를 두는 쪽으로 의식을 전환했을 때 국가라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이 남북간 평화라고 보는데.

“세계가 온통 전쟁 중이다. 어디서부터 변할 수 있을까. 저는 남북 화해가 세계 평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을 위한 조건이 있다. 일본 헌법 9조다. 지금 일본에서 헌법 9조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반반으로 나온다. 투표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헌법 9조의 존폐가 달려 있는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힘으로 헌법 9조가 지켜진다면,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한·일 젊은이의 화해가 시작되면, 중국과 일본 젊은이들도 화해할 것이다.”

-한국에도 귀농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도시 문화에 대한 선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나는 30년 전부터 농사를 짓고 있다. 당시는 사람들이 나를 바보 취급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롤모델처럼 되고 있다. 10년 전부터 일본의 젊은이들이 시골로 향하고 있다. 한국에서 내가 만난 젊은이들이 농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 도시 문명은 끝이 나고 대자연에 뿌리를 내린 새로운 문화가 이미 싹 트고 있다. 그냥 내버려 둬도 서울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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