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편의 응모작 중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어느 비평가의 변신’과 ‘모글리 신드롬-가능성이라 불리는 아이들’ 두 편이었다.
‘어느 비평가의 변신’은 김소진·김경욱·박범신·박민규·황정은·김애란 등의 소설을 대상으로 읽고 쓰는 일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독특한 글이었다.
비평에 대해 이 글의 필자가 제시하는 몇 개의 명제들이 있다. 비평적 읽기란 외상적 휴지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며 그런 읽기란 본질적으로 두 번 읽기일 수밖에 없다는 명제 등이 그것이다. 이 글은 그러니까 어떤 작품이나 책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것과 만나는 경험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셈인데, 그런 발상의 독특함이 개성적인 사유와 구성을 만들어냈다.
‘모글리 신드롬’ 역시 발상이 신선한 글이었다. 이 글의 필자는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김기택·정재학·황병승·김행숙·박상수·김승일 등의 시를 뽑아내어 왜 우리 시대의 시 속에 아이들이 등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답은 물론 간명하다. 어린아이들은 서정시 속에 존재하는 어른들의 시선의 타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답이야 맥거핀일 뿐, 중요한 것은 그 대답에 이르기 위해 이 글의 필자가 거쳐 가는 시의 현장들이다. 그가 인용하고 읽고 분석한 시편들이 시에 대한 그의 식견을 믿음직스럽게 했다.
결국 덜 투박하고 좀 더 친절한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두 응모자 모두에게 이런 관문 통과의 경험이, 독자와의 소통의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