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사평 “폭력성에 노출된 현대인의 나약한 초상 구현”

2012.12.31 21:59
소설가 | 최윤·박상우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모두 22편이었다. 예년에 비해 예심 통과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을 지닌 신인층이 두꺼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해 넉넉한 마음으로 심사에 임할 수 있었다.

22편의 예심 통과작을 한 번 걸러 최종에 오른 8편의 작품은 ‘무너진 식탁’ ‘자정의 질주’ ‘XOX939’ ‘인간의 행방’ ‘막차 2006’ ‘실(失)’ ‘자취의 정석’ ‘통증’이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서사력이 약하다는 점에 심사위원은 동의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작품을 추린 결과 최종심에 남은 두 작품은 ‘무너진 식탁’과 ‘자정의 질주’였다. 서사와 개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통증’ ‘실(失)’ ‘XOX939’ 같은 작품도 논의가 되었으나 주제를 구축함에 있어 결락 부분이나 결핍 부분이 심각해 좀 더 정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1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최윤(왼쪽),박상우 작가가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지난달 21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최윤(왼쪽),박상우 작가가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무너진 식탁’과 ‘자정의 질주’는 우리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폭력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나 그것을 펼쳐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두 작품에 큰 차별성이 있었다.

‘무너진 식탁’이 서사와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한 데 반해 ‘자정의 질주’는 주인공 캐릭터의 일관성 부재와 서사의 산만함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결국 장시간의 논의와 숙고 끝에 ‘무너진 식탁’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작 ‘무너진 식탁’은 폭력성에 무한 노출된 현대인의 왜소하고 나약한 초상을 작가적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며 구현한 작품이다. ‘무너진 식탁’을 주제로 상징화하는 내공은 아직 미약하지만. 딸에게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결말 처리한 것이 오히려 무한 폭력에 대한 독자적 상상의 적극적 개입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열린 주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선자의 정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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