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부재 속 스스로 서는 소년…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2019.07.01 13:32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버지를 동경하던 소년이 마침내 아버지를 뛰어넘을 때, 그의 성장이 완료된다. 하지만 소년이 미처 자라기도 전에 아버지가 사라져버린다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첫 번째 시즌을 닫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10대 히어로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혼란한 세계에서 성장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의 MCU 세계를 비춘 첫 작품이자 새롭게 펼쳐질 국면의 단초를 던지는 이 영화는, 막중한 역할과는 별개로 가벼운 틴에이저 히어로물을 표방한다.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인피니트 워’ 이후 5년 간 사라졌던 사람들이 돌아왔지만, 세상은 아직 어지럽다. 피터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세상을 떠났고 사람들은 ‘넥스트 아이언맨’에 목말라 있다. 피터는 상실감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슈퍼 히어로로서의 삶은 잠시 안녕이다. 학교 친구인 ‘MJ’(젠다야 콜맨)와의 로맨스가 우선이다. 마침 학교 친구들과 떠나는 유럽 여행에서 피터는 기회를 잡아보려 한다. 하지만 유럽 전역에 등장한 빌런 ‘엘리멘탈’로 인해 다시 ‘스파이더맨’의 임무가 주어진다.

친구들의 눈을 피해 전투에 나선 스파이던맨은 예상 외로 고전한다. 엘리멘탈은 공기, 물, 불, 흙으로 이루어진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빌런이다. 빌딩 벽을 지지대 삼아 거미줄을 발사해 움직이는 그의 전투 방식에 낡고 낮은 유럽의 건물과 신기루 같은 빌런의 형태는 적합하지 않다. 그때 홀연히 나타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가 엘리멘탈을 늠름하게 제압한다. 다중 우주에서 온 히어로인 그는 ‘닉 퓨리’(사뮤엘 L 잭슨)에게 꾸지람을 듣는 피터를 다정히 위로하기도 한다. 미스테리오는 그렇게 피터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지지대’가 되어간다. 피터는 미스테리오에게서 ‘넥스트 아이언맨’의 자질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소년의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다면 역시 사랑이다. 전편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어벤져’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났던 피터. 이번엔 로맨스에 보다 골몰한다. 짝사랑하는 MJ 앞에서 주저하고 망설이는 피터의 모습은 2002년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을 연상케한다. ‘우리들의 다정한 이웃’ ‘노동자 계급 히어로’라는 수식어가 보여주듯, 스파이더맨은 엄청난 능력을 소유하고도 평범한 사람처럼 소심하고 주저하는 성격을 지녔다는 ‘반전 매력’이 특징이다. ‘범인’으로서의 스파이더맨의 매력이 이번에는 틴에이저 로맨스물의 형식을 통해 구현됐다.

하지만 새로운 롤모델을 찾는 것도, 짝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무엇 하나 쉽지 않다. 피터가 마음 놓고 의지할 ‘벽’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안개처럼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피터는 결국 아이언맨이라는 ‘아버지’의 부재를 딛고 새로운 방식으로 성장 서사를 써나가기 시작한다. 최고의 기술로 무장된 다양한 수트와 장비들이 그를 돕지만, 결국 스스로의 힘을 증명해보이는 것은 피터 자신이다. 이러한 스파이더맨의 서사는 아이언맨 등 원년 멤버를 잃은 MCU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함축하고 있다. 아버지-아들 관계로서 서사를 그리던 부성 중심의 오이디푸스 신화를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히어로의 성장 서사를 만들어가겠다는 MCU의 포부가 담긴 영화로 독해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는 MCU의 과거의 미래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듯하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앞서 이 영화가 MCU 시즌 1을 마무리하는 페이즈3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직전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관람한 관객에게는 ‘소동극’으로 비쳐질 만큼 영화 자체의 반전이나 캐릭터의 강렬함이 약하다. 더불어 아버지와의 관계 너머의 소년의 성장 서사를 그린다기엔, 아이언맨의 그림자기 너무나도 짙다. 아이언맨의 그림자로서 ‘해피 호건’(존 패브로)의 역할이 커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영화 전체가 아이언맨을 향한 절절한 애도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틴에이저 드라마 특유의 발랄함과 유쾌함이 히어로 영화가 주는 통쾌한 액션과 잘 어우러진 즐거운 오락 영화인 것만은 확실하다. 런던, 베니스, 프라하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전경과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스파이더맨 수트도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개봉 전부터 화요일 변칙 개봉으로 논란을 빚었던 영화는 1일 오전 9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예매율 68.8%로 1위를 달성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2일 개봉. 12세 관람가. 129분.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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