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수용소 끌려갈 뻔한 샤갈·아렌트, 이들을 구한 사람들…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

2023.09.16 08:00

넷플릭스 시리즈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에서 배리언 프라이(가운데·코리 마이클 스미스)는 나치의 표적이 된 유대인 출신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가들을 구출해내는 사명감을 가지고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활약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에서 배리언 프라이(가운데·코리 마이클 스미스)는 나치의 표적이 된 유대인 출신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가들을 구출해내는 사명감을 가지고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활약한다.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나치 수용소 끌려갈 뻔한 샤갈·아렌트, 이들을 구한 사람들…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1940년대 초반 독일 나치가 정권을 잡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지역까지 악한 기운을 몰고 오던 때, 나치의 표적으로 찍힌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마르크 샤갈, 막스 에른스트, 한나 아렌트, 발터 벤야민, 발터 메링 등은 모두 유대인이었습니다. 죽음의 기운이 엄습하기 직전 이들을 구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도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시간과 돈을 써야하는데도 말이죠. 넷플릭스 7부작 시리즈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트랜스 아틀란틱)은 후대가 기억하는 위인들이 대서양을 건널 수 있도록 위험을 무릅쓴 ‘이타적’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입니다.

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의 한 장면. 미국에 있는 아버지가 귀국하라고 독촉하지만 메리 골드 제인(길리언 제이콥스)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유대인 구출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의 한 장면. 미국에 있는 아버지가 귀국하라고 독촉하지만 메리 골드 제인(길리언 제이콥스)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유대인 구출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를 보기 전에 배경이 된 시기를 알아두면 좋습니다. 1940년만해도 미국은 아직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나치 정권은 이미 독일을 점령하고 프랑스 파리까지 차지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수용소로 끌려가기 시작했고 나치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로 진격해오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미국은 유대인을 구출해야 한다는 큰 사명감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프랑스와 관계를 생각하면 역할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중립국이었으니까요.

실존인물 배리언 프라이(왼쪽)와 메리 제인 골드. 국제구조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실존인물 배리언 프라이(왼쪽)와 메리 제인 골드. 국제구조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극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크게 두 사람입니다. 배리언 프라이(코리 마이클 스미스)와 메리 제인 골드(길리언 제이콥스).

‘똘똘이 스머프’처럼 똑똑하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미국 저널리스트 배리언 프라이. 원칙주의자인 그는 누구보다도 마음이 여린 사람입니다. 미국 긴급구조위원회에서 파견된 그는 나치의 표적이 된 지식인과 예술인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차 있죠. 여러 사람들을 빨리 구해야 하는데 미국 정부에서는 입국 비자를 잘 발행해주지 않습니다.

미국의 부유한 집안 상속녀인 메리 제인 골드는 이 시절 여느 여인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반려견을 데리고 도도하게 걸어다닙니다. 그가 마르세유 거리를 활보하는 건 그의 돈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 위기에 처한 유대인을 구출하는 데 아낌없이 썼습니다. 유대인이 이동하기 위해선 배삯과 잠시 눈을 피해 머무를 집이 필요했으니까요.

이들은 프랑스 국경이 막히자 걸어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고, 배의 화물칸에 몰래 태워 타국으로 가는 방법도 짜냅니다. 실제로 유대인 구출에 사용된 방법이라고 합니다.

극은 두 사람의 분투와 이들 주변의 여러 조력자들, 그리고 이들을 방해하는 미국의 영사, 프랑스 경찰청장, 내부 스파이 등이 대립해가며 서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투합니다.

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의 한 장면. 언제 나치 정권에 끌려갈지 모르고 미국행이 언제 결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파티를 열고 순간을 즐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의 한 장면. 언제 나치 정권에 끌려갈지 모르고 미국행이 언제 결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파티를 열고 순간을 즐긴다.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는 ‘직업윤리’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드라마는 배리언 프라이와 메리 제인 골드만 비춰주는 건 아닙니다. 마르세유 주재 미국 부영사 빙엄은 영사 패터슨의 눈을 피해 미국 입국 비자를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냅니다. 이 비자가 없었다면 에른스트도, 아렌트도 미국 땅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돌려보내졌을 겁니다. 샤갈 부부의 탈출도 ‘불법적’ 방법으로 돕지요. 대서양을 건너는 배의 선장은 이름도 딱히 나오지 않습니다. 선장이 화물칸에 몰래 타도록 허용해주지 않았다면, 이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겠지요. 극중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 게 정당화되진 않아요. 그렇다면 뭐하러 살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 이상을 해내는 이들이 있었기에 역사가 만들어졌겠지요.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등장인물 간 여러 사랑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세간의 눈을 의식해야 했던 동성간 사랑도 상당 부분 그려집니다. 실제로 배리언 프라이가 남성을 사랑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무거운 소재이지만 무겁게 그리지 않습니다. 다채로운 색감과 아름다운 지중해 풍경, 마르세유의 골목이 어우러져 보는 눈이 즐겁습니다. 제작진은 “낙원에서 펼쳐지는 악몽처럼 느껴지길 원했다”고 합니다. 극중 예술가들이 ‘나치의 눈’을 피해 한적한 공간에 숨어 지내면서도 예술가답게 파티를 여는 장면은 가장 ‘낙원에서 펄쳐지는 악몽’처럼 기묘하게 느껴집니다. 예술가들의 엉뚱한 행동에 ‘악몽’ 보다는 ‘낙원’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도’ 막스 에른스트와 페기 구겐하임이 만나 ‘눈이 맞는’ 장면은 실제로 이들이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하니 재미있습니다.

다만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서사가 섞여 있다보니 하나의 이야기로 쭉 끌고 나가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는 아닙니다.

총 7부작 매회 50분 안팎으로 한번에 몰아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메이킹 필름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에서 열린 파티. 극중 막스 에른스트와 페기 구겐하임.

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에서 열린 파티. 극중 막스 에른스트와 페기 구겐하임.

‘싱크로율 몇 %? 지수’ ★★★★★ 진짜 샤갈이 저렇게 생겼다고? 실제 인물과 비교해보기

‘유럽여행 지수’ ★★★ 프랑스 남부의 골목 골목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 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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