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시간은 엇갈려 흐른다…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2024.03.03 11:19 입력 2024.03.03 21:46 수정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캐시 역의 배우 민경아(왼쪽)와 제이미 역의 최재림이 결혼식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캐시 역의 배우 민경아(왼쪽)와 제이미 역의 최재림이 결혼식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막이 오르면 무대에 한 쌍의 연인이 보인다. 캐시는 이별을 통보하는 제이미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제이미는 캐시와의 첫 만남에 가슴 설레한다. 두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캐시의 시간은 과거를 향하며 이별에서 만남으로, 제이미의 시간은 미래를 향하며 만남에서 이별로 흐른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제목 그대로 캐시와 제이미가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의 5년을 그렸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두 사람은 오직 ‘결혼식’ 장면에서만 서로를 마주보고 손을 어루만진다. 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각자 과거와 미래로 향한다. 엇갈리는 두 사람의 시간은 묘하게 달콤씁쓸한 여운으로 이어진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2002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극본·작사·작곡을 도맡았다. 한국에선 2003년 초연, 2008년 재연 이후 15년 만에 세 번째 막을 올렸다. 캐시와 제이미 역의 두 배우만이 출연하는 2인극이다. 이들은 번갈아가며 독백하듯이 자신의 들끓는 감정을 노래로 풀어낸다. 대사가 거의 없고 14곡의 노래만으로 진행하는 ‘성 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캐시 역의 배우 민경아(왼쪽)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캐시 역의 배우 민경아(왼쪽)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제이미 역의 배우 최재림(왼쪽)과 캐시 역의 배우 민경아가 결혼식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제이미 역의 배우 최재림(왼쪽)과 캐시 역의 배우 민경아가 결혼식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기자가 관람한 지난 15일 공연에선 캐시 역에 민경아, 제이미 역에 최재림이 출연했다. 민경아 특유의 맑은 음색은 처연한 감정 연기에 특히 잘 어울렸고, 최재림은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음정과 발성을 보여줬다. 최근 최재림은 동시에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컨디션 난조를 보여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은 베테랑 배우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소품으로 나온 잔을 쓰러뜨려 옷을 버리고 캐시에게 전달해야 할 반지를 잃어버린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재치있고 자연스러운 대처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무대, 음악, 가사가 세밀하게 계산된 작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원형 무대와 테이블이 회전하면서 두 인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음악은 감정선을 따라가며 변화무쌍한 멜로디를 들려줬다. 미국 생활어가 담긴 가사를 한국 정서에 맞게 번역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공연이 미국 원작과 다른 점은 캐시와 제이미가 공연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 배우가 노래하는 중에도 무대에 남아 감정 연기를 멈추지 않는다. 연출자 이지영은 “같은 공간 안에서도 다른 시간 안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는 모두가 자신과 같은 시간대로, 같은 속도로 살아간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거기서 비극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4월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캐시 역에는 민경아·박지연이, 제이미 역에는 최재림·이충주가 번갈아 출연한다. 공연 시간은 휴식 없이 90분. R석 8만원, S석 7만원, A석 6만원.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제이미 역의 최재림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제이미 역의 최재림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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