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벗기는 ‘유쾌한 뒤집기’

2006.03.27 18:11

‘무대 뒤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관객들은 궁금하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뒤 모습은 상상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며 무대 세트를 아예 통째로 돌린 모습을 보여주거나 무대 뒤에서 배우들간에 벌어지는 사건을 한 편의 연극으로 담은 ‘노이즈 오프’와 ‘매직타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저분한 무대 뒤가 진짜 무대 ‘노이즈 오프’

연극 ‘노이즈오프’ 의 한 장면.

연극 ‘노이즈오프’ 의 한 장면.

1982년 영국에서 초연된 후 32개국에서 공연된 인기작. ‘뮤지컬보다 더 재미있는 연극’으로 소문나면서 브로드웨이 공연에 이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코미디다.

재미의 핵심은 뒤집기에 있다. 1막은 극중극(劇中劇) ‘낫씽온’으로 꾸며진다. 2막은 ‘낫씽온’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무대 뒤 이야기. 높이 6m의 거대한 무대세트가 180도 회전해 허름한 무대 뒤가 진짜 무대가 된다. 공연 시작 1초 전까지도 주연 배우가 나타나지 않아 애간장을 태우는 스태프, 한물 간 술주정꾼 원로배우, 여자관계가 복잡한 연출가 등의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내용 중에는 배우들의 실제 생활과 오버랩 되는 부분도 많다. 연출가의 말에 자주 끼어들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배우, 갑자기 대사를 잊어버려 애드리브를 한 배우의 상대역이 원래 대본대로만 대사를 해 앞뒤가 안맞는 상황, “자리 좀 찼니?” “낮 공연치고는 괜찮아요, 1층은 절반 이상 찼어요” 등의 대사는 배우들도 “실제와 똑같다”며 공감한다.

김종석 연출가는 “가려진 이면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속도감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하면서 “배우와 관객과의 호흡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이즈 오프’는 본공연 외에도 관객에게 티켓 대신 스태프의 목걸이를 나눠주고 중간 쉬는 시간에도 복도에 배우들이 나와 공연을 계속 잇는 등 기존 상식을 깨는 일들이 벌어진다. 정현, 송영창, 서현철, 서이숙 등이 연기한다. 4월19~5월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66-3390

▲무대 뒤 배우들의 생생한 삶 ‘매직타임’

‘매직타임’ 에 출연한 배우들.

‘매직타임’ 에 출연한 배우들.

‘매직타임’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가상의 시공간’을 뜻한다.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시공간은 어차피 가상이다.

가상 세계를 벗어난 배우들의 실제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극중극으로 ‘햄릿’을 공연하는 배우들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보여진다. 앨런은 연극 외에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 화술강사로 일하지만 생활고로 아내와 갈등을 겪는다. 데이빗은 동료 여배우 로리를 사랑하지만 청혼을 거절당한다.

또 다른 배우 앤은 기대하지 않았던 오디션에 합격해 기뻐하지만 동료이자 남편인 스캇이 반대하며 공연시간을 몇 분 남겨두지 않고 사라져 절망한다. 이런 상황들이 ‘햄릿’ 공연을 앞둔 분장실에서 벌어진다.

관객은 분장실의 거대한 거울이 ‘햄릿’ 공연이 시작되면서 극중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창이 되는 이색 경험을 한다. 막이 오르기 전 배우들의 긴장감,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하는 일상적인 모습,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배우들의 수다 등을 하나의 작품으로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박광정 연출. 31~4월1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43-7710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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