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창꼬’

2012.12.18 20:41

들이대는 한효주, 까칠한 고수의 톡톡 튀는 멜로

강일(고수)은 몸을 사리지 않고 사고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이다. 현장을 지키느라 위급한 상황에 놓인 아내를 구하지 못한 그는 상처와 죄책감으로 마음을 닫는다. 열정도 흥미도 없이 사고현장만 쫓는다.

미수(한효주)는 사명감이 메말라 버린 외과의사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퇴원시킨 환자가 길에서 사망하고, 의료 소송에 휘말린다. 직장도 잃고 직업도 잃을 위기에 처한 그는 소송 당사자와 몸싸움을 벌였던 소방관 강일을 이용해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한다. 미수는 강일을 유혹하려고 ‘119구조대 의용대원’에 지원하고, 강일은 속이 빤히 보이는 미수의 애정 공세를 밀어내지만 점점 마음이 흔들린다.

<반창꼬>는 생명과 직결된 직업을 가진 소방관과 의사의 이야기다. 비슷한 직업이지만 다른 마음으로 일하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게 된다.

[리뷰]영화 ‘반창꼬’

까칠한 성격의 남자와 발랄한 여주인공의 만남과 사랑은 수많은 멜로물에서 차용했던 설정이다. <반창꼬>의 매력은 반전과 변주다. <오직 그대만>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에서 여성스러움이 부각됐던 한효주는 무작정 들이대고 욕설도 서슴지 않는 모습으로 반전을 꾀한다. 다리 위에서 자살 소동을 벌일 때 “보지마, 이 자식아”라고 하는 대사에선 작정한 듯 관객을 웃긴다. 고수도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탈피해 거칠고 무심한 면을 부각시켰다.

정기훈 감독은 전작 <애자>에서처럼 정교한 연출력과 섬세한 감성으로 뻔하게 흐를 수 있는 영화를 노련하게 직조했다. 극중 미수가 자주 두통을 호소하면서 쓰러질 때 관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지만 예상된 결말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강일이 자살 소동을 벌이는 취객을 말리는 방법도 범상치 않고, 고백-포옹-해피엔딩이라는 낡은 공식도 쓰지 않는다. 반면 결말은 예상 진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말의 파격보다는 이리저리 옮겨가는 변주를 즐기며 톡톡 튀는 대사에 빠져 드는 게 영화를 효과적으로 즐기는 방법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