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2012.12.25 21:39

뜨겁지만, 덜 따뜻한… 연말용 재난영화

<타워>(감독 김지훈·사진)는 재난 영화다.

크리스마스 전야.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있는 108층 빌딩 타워스카이에서 대형화재가 일어나고, 삶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사투를 벌인다. 시설관리팀장 대호(김상경)는 홀로 키우고 있는 딸(조민아)과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기 위해 타워스카이에서 만나기로 한다. 짝사랑하는 레스토랑 매니저 윤희(손예진)에게 잠시 딸을 맡긴 사이 화재가 일어나고,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명감 투철한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는 아내와의 크리스마스 약속도 미루고 사람들을 구하려다 위기를 맞는다.

<타워>는 재난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 스스로 정체성을 드러낸다. 초고층 건물의 호화로운 모습-재난의 징후-경고를 묵살하는 윗사람-인간의 욕심이 더 키워버리는 재난-소방관들의 사투 등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된다.

[리뷰]‘타워’

영화는 제목부터 미국 할리우드 영화 <타워링>(1974)을 연상시킨다. <타워링>은 140층 건물에서 벌어진 화재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를 다뤘다. 재난 속에서도 사랑을 지키려는 연인들, 건물주와 자재비를 빼돌린 아들의 갈등, ‘레이디 퍼스트’를 외치던 신사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보여주는 아귀다툼이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전했다.

<타워>는 사람보다 컴퓨터그래픽(CG)이라는 기술로 재난을 전한다. 한국 최초의 3D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7광구>(2011)에서 혹평을 받은 김지훈 감독은 절치부심한 듯 CG에 집중했다. 총 3000컷 가운데 CG가 1700컷에 달할 정도로 특수효과가 압도적이다. 초고층 건물은 화재, 물난리, 엘리베이터 추락, 건물 붕괴 등 여러 차례 위기와 싸우는 동안 포효하는 괴물처럼 살아 움직인다.

CG에 집중하느라 재난 속 휴머니즘을 풀어낼 시간은 충분치 않다. 한정된 시간 속에 많은 등장인물을 평등하게 담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영화의 주제를 흩뜨려 놓고 말았다. 스토리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화면만 화려해졌다.

영기와 아내의 크리스마스 약속이 왜 중요한지는 보여주지 않은 채 한 번의 전화통화와 음성 메시지로 가슴 아픈 사연을 설명한다. 타워스카이의 CEO를 맡은 차인표는 ‘가진 자’의 탐욕을 보여줄 듯하다가 미간만 찌푸린 채 사라진다. 소방서 총책임자인 안성기도 묵직한 연기를 보여줄 시간을 얻지 못했다. 대신 유쾌한 소방관 김인권과 로또에 당첨돼 타워스카이에 입주한 이한위, 프러포즈한 날 화재와 싸우게 된 김성오가 재난의 심각함을 완화시켜줄 웃음을 위해 소비된다. 상영시간 121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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