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속 기묘한 공생, 파국 치닫는 두 남자

2017.05.02 20:58 입력 2017.05.02 21:04 수정

칸 영화제 초청작 ‘불한당’

[리뷰]의심 속 기묘한 공생, 파국 치닫는 두 남자

교도소 생태계를 주름잡은 재호(설경구)는 겁없는 신입 현수(임시완)를 눈여겨본다. 현수가 재호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둘은 형제처럼 친해진다. 현수는 출소 후 재호의 조직에 들어가 큰 활약을 펼치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숨겨진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둘의 의심과 두뇌싸움이 가속화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은 범죄영화 중에서도 ‘언더커버’(잠복근무) 이야기다. 할리우드로 치면 <분노의 질주>나 <도니 브래스코>, 홍콩에서는 <무간도>, 한국에서는 <신세계>와 같은 소재다. 대부분의 언더커버 영화는 주인공인 경찰의 정체가 아슬아슬하게 감춰지거나 발각되는 과정을 주된 재미로 삼는다. <불한당>은 조금 다르다. 스스로를 “버려진 새끼”라고 칭하는 두 남자 사이의 기묘한 관계가 중심이다.

어머니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원초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재호는 세상 누구도 믿지 않는 남자다. 그런 의심 때문에 거친 범죄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재호에게 현수의 존재는 새로운 시험이 된다. 현수의 속내를 짐작하면서도, 현수의 능력에 의지하고 그의 진심을 믿고픈 마음이 있다. 현수는 유일하게 의지하던 어머니가 사망한 후, 세상에 의지할 곳이 없다. 현수를 조직에 잠입시킨 경찰 천팀장(전혜진)은 가혹한 계모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 속 두 남자는 ‘브로맨스’라고 손쉽게 정의하긴 어려운 모호한 관계를 맺어간다. 변성현 감독은 2일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불한당>은 믿는 타이밍이 어긋나면서 파국으로 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라며 “시나리오를 쓰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둘이 서로를 믿거나 불신하는 계기가 되는 단서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적절한 순간 제시됐다. 시나리오가 차곡차곡 공들여 쓰였고, 그것들이 적절한 리듬의 영상으로 되살아났음을 알 수 있다. 설경구는 지난 몇 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난 듯 일신한 연기를 선보이고, 임시완은 이미 ‘기대주’ 단계를 넘어선 개성 있는 배우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

이달 열리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예고편과 4분 분량의 프로모션 영상만으로 프랑스, 일본, 홍콩 등 전 세계 85개국에 선판매됐다.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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