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멜로 영화 ‘프렌치 수프’, 남녀의 평등한 사랑을 그리다

2024.06.17 14:13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왼쪽)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사랑을 다룬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왼쪽)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사랑을 다룬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885년 프랑스에서 ‘미식계의 나폴레옹’이라 불리는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과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가 함께 음식을 만든다. 이들은 완벽한 파트너다. 20년 넘게 한 지붕 아래에서 살며 독창적인 미식의 세계를 펼쳐왔다. 이 주방에서 사랑이 피어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외제니가 도댕의 청혼을 몇 번이나 거절하면서 어느새 두 사람은 ‘인생의 가을’인 중년에 이르렀다.

오는 19일 극장 개봉하는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외제니와 도댕이 만드는 다양한 음식으로 평등한 사랑의 관계를 모색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을 느린 템포로 정성스레 보여주며 시작한다. 요리하는 모습에서 서로를 향한 애정, 존경, 신뢰를 느낄 수 있다. 재료를 굽고 찌고 볶고 끓이는 소리가 새·풀벌레·개구리 소리와 뒤섞여 음악처럼 들린다. 자연광을 활용한 아름다운 화면은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

도댕은 “하나의 맛이 완성되려면 문화와 기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9세기 프랑스의 유명 미식가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도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 행위에 그 사람을 구성하는 문화, 역사, 계급 등 사회적 존재가 담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함께 음식을 만드는 행위는 두 존재가 깊은 교감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사랑을 다룬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사랑을 다룬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사랑을 다룬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사랑을 다룬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도댕은 미식 외에는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부유한 인물로 보인다. 고풍스러운 방에서 친구들에게 외제니가 만든 음식들을 대접한다. 지체 높은 친구들은 모두 남성이다. 함께 식사하자는 권유에도 외제니는 주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외제니가 이유를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짐작할 수는 있다. 여성인 외제니는 오직 주방에서만 남성인 도댕과 평등한 관계로 존재한다. 주방 밖에서 외제니는 ‘도댕의 여자’일 뿐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도댕의 아내가 된다면 요리사로서의 자신은 없어질 수 있다.

<프렌치 수프>의 원제는 프랑스 가정식 수프 ‘포토푀’다. 포토푀는 고기와 채소를 오랜 시간을 들여 뭉근하게 끓여야 제맛이 난다. 도댕은 “마흔 살 전에는 미식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랑을 이해하고 관계를 완성하는 데에도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추억이 담긴 주방을 한 바퀴 돌아본 카메라는 다시 식탁에 마주앉은 두 사람을 비춘다. 외제니의 질문과 도댕의 대답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기 충분하다.

두 주인공의 사랑은 여름의 맹렬한 땡볕이 아니라 가을의 따스한 햇살을 닮았다. 많은 멜로 영화가 청년의 달뜬 사랑을 다루지만 중년의 철든 사랑이 극장을 나와서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20년 넘게 동거하면서도 결혼하지 않은 외제니와 도댕처럼 실제 비노슈와 마지멜도 한때 동거 관계였다. 이들은 2003년 이별한 이후 20년 만에 <프렌치 수프>에 함께 출연했다.

공복에 관람하면 고통스러운 영화다. 예술 작품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호화로운 음식들의 향연에 절로 군침이 돈다. ‘퓔리니 몽라쉐’ ‘샹볼 뮈지니’ ‘끌로 드 부조’ 등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섬세한 고급 와인들도 등장한다. 프랑스 유명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가 요리를 감수한데다 단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트란 안 훙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사랑을 다룬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 <프렌치 수프>는 천재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사랑을 다룬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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