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배우는 신인처럼, 80대 배우는 조연으로···후배는 주역 ‘햄릿’으로

2024.05.07 16:47 입력 2024.05.07 19:59 수정

신시컴퍼니 연극 ‘햄릿’

박정자·전무송·이호재·손숙·정동환 조연

강필석·이승주·루나 등 젊은 배우가 주역

6월 9일부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7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 손진책 연출(앞줄 가장 왼쪽)과 배우, 제작진이 함께 자리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 손진책 연출(앞줄 가장 왼쪽)과 배우, 제작진이 함께 자리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는 참석자만 25명이었다. 첫 두 줄은 8명씩, 마지막 줄은 9명의 참석자가 자리했다. 배우 길해연(거트루드 역)이 말했다. “제가 환갑인데 세 번째 줄이네요. 여기만 오면 굉장히 어려져요. 나이가 들면 연기할 때 책임지고 다 아는 척해야 하는데, 여기 오면 부족한 점을 드러내 보이고 가르침을 받고 새롭게 연기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역시 셋째 줄에 앉은 배우 전수경(배우 1 역)도 말했다. “제가 어디 가면 ‘뮤지컬 1세대’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막내’ 기분이 설렙니다. 신인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날 첫째 줄에 앉은 배우는 유령 역의 이호재·전무송, 배우 1 역의 박정자, 배우 2 역의 손숙, 클로디어스 역의 정동환 등 연극계 최고 원로들이었다. 배역 명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조연이다. 이들은 햄릿 역에 더블캐스팅 된 강필석·이승주, 오필리어 역의 루나 등 젊은 배우들의 뒤를 받친다.

신시컴퍼니가 6월 9일~9월 1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햄릿>은 이번이 세 번째 프로덕션이다. 2016년에는 햄릿 역의 유인촌을 포함해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9명이 모였다. 2022년에는 이번과 같이 원로 배우가 젊은 햄릿을 뒷받침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수익 일부를 기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7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7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박명성 프로듀서는 “대가와 중진, 후진 배우들이 함께 만드는 축제 같은 연극”이라고 표현했다. 대부분의 젊은 배우들은 “영광이다” “설렌다” “연습실 가는 길이 너무 기쁘다” 같은 감상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역시 연기 경험이 많은 첫째 줄 배우들이 가장 여유 넘쳤다. 정동환은 “원로에 속하고 싶지 않다. 후배는 싫고…. 중간 정도 끼고 싶다”며 웃었다. 이호재는 “이런 사람들하고 연극 안 하면 이 시대 배우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둘째 줄의 배우 김성녀는 “연습장에 나오면 나이가 10년은 없어진 것 같은 에너지가 생긴다. 행복감에 취해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박지일은 “워낙 전설적인 분들이라 노회한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연습장 분위기는 다 청년처럼 열기가 뜨겁다. 연습장 가면서 ‘호재 형’ ‘무송이 형’ ‘정자 누나’ ‘숙이 누나’하고 연습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지난 두 번의 프로덕션에 이어 세 번째로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햄릿>은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난다”며 “삶과 죽음을 연속체라 보고 그 경계를 적극적으로 허물어보려고 했다. 모든 배우가 사령처럼 연기하고, 죽음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반추한다”고 설명했다. 역시 세 번의 프로덕션에 모두 참여한 손숙은 “고전의 힘이 이렇게 큰지 새삼 느꼈다. 세 번째 하면서도 50%나 캐냈나 할 정도로 무궁무진한 세계”라고 말했다.

최근 ‘1000만 영화’ <파묘>에도 출연하며 여전한 카리스마를 보인 박정자가 마지막으로 발언했다. “2년 후에 이 식구들이 다시 뭉쳐서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전은 우리 공통 언어입니다. <햄릿>은 영원할 거고 이 자리에 함께한 배우, 스태프 모두 영원할 거예요. 끝까지 살아남아서 <햄릿>도 하고 <갈매기>도 하고 다 합시다. 출연료 안 받아도 좋아요.”

환갑 배우는 신인처럼, 80대 배우는 조연으로···후배는 주역 ‘햄릿’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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