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무대 위의 춤추는 스팅, 그리고 뜨거운 환호

2011.01.12 19:38
이로사 기자

스팅 내한공연

지난 11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스팅의 내한공연은 한 편의 주술극을 떠올리게 했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스팅은 종종 고대의 마법사처럼 노래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선 스티븐 머큐리오는 줄곧 중세의 주술사처럼 지휘했다. 마법 같은 분위기가 1만여 관중이 들어찬 공연장 안을 메웠다.

47명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먼저 무대에 올랐고, 지휘자 스티븐 머큐리오가 그 앞에 섰다. 뒤이어 스팅이 그 앞에 관객을 바라보고 섰다.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의 얼굴은 확실히 들떠 보였다. 첫곡은 ‘이프 아이 에버 루스 마이 페이스 인 유(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 목이 다소 잠겨 있었다. 관객들은 아직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그의 노래가 낯설다. 두 번째 ‘에브리 리틀 싱 쉬 더스 이스 매직’에 이르러 관객들은 ‘이요오- 이요오-’ 하는 코러스 부분을 따라 부르며 목을 풀었고, 세 번째로 낯익은 곡 ‘잉글리시맨 인 뉴욕’이 나오자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해 유럽 투어 실황을 담은 음반 <라이브 인 베를린>과 비교해보면 세트 리스트는 거의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그의 히트곡 ‘쉐이프 오브 마이 하트’ ‘필즈 오브 골드’ 등이 추가됐다. 그는 스팅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히트곡이란 히트곡은 모조리 연주했다. 과연 ‘쉐이프 오브 마이 하트’의 인트로 기타 연주가 흐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낯익은 히트곡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리함을 택한 셈. 세심히 만진 오케스트라 편곡은 그 자체로 고전이 될 만했다.

특히 오케스트라 편곡의 진수를 보여주는 곡은 ‘러시안’이다. 미·소 냉전시대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본래 비장한 분위기의 이 곡은 각 파트의 악기를 겹겹이 쌓은 행진곡 풍의 웅장한 오케스트라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웅박한 퍼커션 소리와 함께 스팅의 노쇠한 입이 ‘소비에트’ ‘흐루시초프’와 같은 단어를 발음할 땐 전율이 인다.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 ‘문 오버 버번 스트리트’ 역시 인상적인 곡. 그는 중세 백작과 같은 밑이 긴 검은색 재킷으로 의상을 바꿔 입으면서 “한국에도 뱀파이어가 있느냐”고 농담을 건넸다. 차가운 조명이 그의 몸을 비추고, 영롱한 바이올린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그는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했다. 마지막엔 늑대 울음을 질렀다.

공연의 절정은 앙코르 무대였다. 스팅이 다시 등장해 ‘데저트 로즈’를 부르며 춤을 추자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한 관객들은 이내 모두 일어나 다함께 춤을 추었다. 두 곡을 더 부르고도 계속되는 박수. 그는 이미 떠나려고 입은 잿빛 코트를 그대로 입은 채 등장해 ‘아이 워스 브로트 투 마이 센시스(I Was Brought To My Senses)’를 무반주로 부른 후 2시간여 만에 무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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