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과거를 반성합니다”

2000.12.01 18:56

한국천주교가 200여년간에 걸쳐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는 문건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천주교는 ‘쇄신과 화해’라는 과거사 반성문건을 대림 첫주일인 3일 전국 성당별로 공식 발표하고 참회미사를 갖는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명의로 된 이 문건은 18세기 말 천주교가 전래된 이후 교회가 저지른 각종 잘못을 포괄적으로 반성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천주교는 이 문건에서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시대에 외세에 의존해 교회를 지키고자 한 점 ▲일제 식민통치기 민족독립에 앞장선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재한 점 ▲분단상황 극복과 민족의 화해·일치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점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을 빚기도 한 점 등 7개항에 걸쳐 반성한다고 밝혔다. 한국 천주교의 이러한 반성은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지난 3월 2,000년 동안의 가톨릭교회의 과오를 고백하고 반성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2000년 대희년을 맞아 한국 천주교가 처음 내놓은 반성문 치고는 너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문안의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지 애매모호하게 기술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테면 병인양요에 대한 천주교의 책임론, 천주교 신자인 안중근 의사를 ‘살인자’로 단죄, 파문한 일 등은 한국 천주교의 ‘원죄’임에도 이를 적시하지 않은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또 지난달 개신교의 ‘21세기 기독교 신학선언문’에서도 ‘반성한다’고 밝힌 신사참배 문제,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주교회의 산하 사목위원회에서 기초한 반성문건 원안에는 병인양요, 일제하 독립운동 외면, 신사참배 허용 등 구체적 사안이 들어있었으나 주교회의 최종 심의과정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한국 천주교의 보수적 권위주의를 잘 드러내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조운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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