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소로里 볍씨 세계 最古 입증”

2002.10.01 18:48

한국구석기학회는 최근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구석기 유적에 대한 보존신청서를 제출했다. 오창과학단지내에 자리잡고 있는 이 유적에서 발견된 59톨의 볍씨 때문이었다. 지난 1994년부터 2차례에 걸쳐 이뤄진 발굴조사를 통해 볍씨가 출토된 토탄층에 대한 연대측정결과 1만3천년전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금까지 밝혀진 자료, 즉 중국 후난성 동굴유적(1만1천년전)·장시(江西)성 선인동 동굴(1만5백년전) 유적의 것보다 2,000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 성과는 지난해 1월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가 세계 28개국 500명의 학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열린 제4회 국제 벼 유전 학술회의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됐으나 싸늘한 시선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연대 측정지점이 어디냐, 출토지점은 어디냐, 벼가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등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발굴을 담당한 이융조 충북대 교수는 “철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이 벼는 틀림없이 세계 최고(最古)의 벼임을 입증시켰다”면서 “지난 7월말 중국 후난성 문물고고연구소에서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안즈민(安志敏) 중국사회과학원 교수와 옌원밍(嚴文明) 중국 베이징대 교수 등 전문가들도 “빨리 한국에 가서 볍씨와 유적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

◇소로리 발견 벼는 ‘순화(馴化)벼’=우선 토탄층이 매우 안정된 3개의 층위로 구성돼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중부 토탄층(1만2천5백~1만4천8백년전)에서 집중 출토되는 볍씨 지점을 확인했다는 것도 성과다.

발굴단은 학계의 의심을 덜기 위해 서울대 AMS연구소와 미국의 지오크론연구소 등 국내외 유수 연구소에 연대측정을 맡겼다. 그런데 토탄층에 대한 연대측정값은 1만3천년전 언저리로 똑같이 나왔다. 신뢰성을 높여준 것이다.

또하나 볍씨에 대한 DNA 분석 결과 현재의 재배벼와는 39.6%의 낮은 유전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는 벼의 진화과정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것.

이융조 교수는 소로리 볍씨를 ‘순화벼’로 명명하고 순화벼를 야생벼와 재배벼를 잇는 중간단계의 벼로 보았다. 즉 순화벼는 재배벼의 초기단계라는 것이다.

◇야생벼와 순화벼의 차이=이교수에 따르면 소로리 볍씨는 야생벼·재배벼와는 몇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재배벼의 특징은 익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아 잘라내야 하며 야생벼는 익기 전에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것.

그런데 소로리 볍씨의 경우 소지경(小肢脛·줄기에 붙어있는 부분)을 인공적으로 자른 흔적이 역력하다. 이는 사람이 잘랐다는 얘기이며 재배벼의 초기흔적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입증해주는 증거가 함께 발견된 ‘홈날 연모’이다. 홈날 연모의 날카로운 날에서 확인된 식물섬유질은 이 도구로 벼를 잘랐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토탄층에서는 또 잡초씨와 풀뿌리, 풀줄기 같은 식물유체와 많은 곤충자료들이 확인됐다. 특히 발견된 딱정벌레는 유충시절 벼과식물의 줄기에서 서식하는 곤충으로 밝혀짐에 따라 볍씨출토와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임을 입증했다.

이융조 교수는 “가장 오래된 볍씨를 발견했다고 해서 한반도가 벼와 농사의 기원이라는 말은 할 수 없다”면서 “다만 발견된 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성과와 함께 벼의 기원·진화·전파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이 유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기환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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