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

2005.07.01 18:47

KBS 2TV ‘폭소클럽’의 인기 코너인 ‘샬라라 음악교실’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최혁주는 경력이 화려하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부를 한 정통 뮤지컬 배우다. 뮤지컬 무대에도 여러번 섰기에 관객을 상대로 한 공연 경험이 풍부하다. 오디션을 통해 ‘폭소클럽’의 멤버가 됐는데 그녀의 장점 중에 하나는 관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미디 중에서 노래 아이템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혁주는 독특한 웃음을 관객과 시청자에게 선사하고 있다. 3주째 출연할 때만 하더라도 ‘담이 큰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4번째 폭소클럽 무대에 섰는데, 느닷없이 울기 시작하면서 “무서워서 안 되겠다”며 내려와 버린 것이다. 제작진들이 사연을 들어본 바에 따르면 “3회 때까지는 우황청심환을 먹고 무대에 섰는데, 오늘은 우황청심환을 먹지 않아서인지 도통 자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부랴부랴 방송국 근처 약국에서 구한 우황청심환을 먹은 후에야 무대에 섰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임에도 무대에 대한 공포는 여전했던 것이다. 그만큼 무대에서 연기나 노래 웃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작고한 서영춘씨 역시 방송프로그램 녹화 때 소주 반 병씩을 마셔야만 했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웃음연기에 있어 장래성을 지닌 최혁주에게는 ‘우황청심환’ 외에도 여러가지 징크스를 지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엄마 징크스’다. 방송 녹화때 어머니가 지켜보면 항상 NG를 낸다는 것이다. 결국 최혁주의 어머니는 딸의 녹화장면을 지켜보지 않기로 했는데, 한 번은 엄마가 보이지 않는데도 최혁주가 NG를 냈다고 한다.

이런 최혁주의 징크스를 알고 있는 ‘폭소클럽’의 원종재 PD가 “엄마도 안 왔는데, NG를 냈느냐?”고 묻자 “글쎄 말이에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딸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또 녹화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찾는 사람이 있다. 바로 원종재 PD다. 연기지도나 다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다. 원종재 PD의 손(?)을 잡기 위해서다. 한 번은 원종재 PD가 손을 잡고 “넌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기를 불어넣어 줄 테니 잘 해봐”라고 했는데 무대에서 떨리지도 않고 웃음 연기가 술술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종재 PD의 답변이 걸작이다. “프로그램을 잘 만들기 위해 손을 잡고 기를 불어넣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아내 손도 별로 안 잡는데 1주일에 한 번씩 다른 여자 손을 잡는다는 게 여간 낯선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1주일마다 손을 잡아주고 더 좋은 웃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촉망받는 신인에게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면 그리 나쁜 일인 것 같지는 않다.

〈임기홍|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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