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보다 이야기… ‘복희누나’ ‘빛과 그림자’ 등

2012.02.01 21:28

톱스타·불륜 설정 없이 인기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를 뿌리며 눈길을 끄는 톱스타도 없다. 자극적인 설정이나 눈요깃거리도 없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드라마들이 있다. 탄탄하고 차진 이야기의 힘만으로 말이다.

KBS 아침드라마 <복희누나>는 현재 방송되는 아침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다. 지난해 11월 10%대의 시청률로 출발해 현재는 14%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아침 드라마는 자극적인 불륜 드라마를 떠올릴 정도지만, ‘TV소설’이라는 장르를 표방한 <복희누나>는 문학적 서정성과 이야기적인 재미가 넘쳐난다.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여주인공 복희(장미인애)를 중심으로 여러 인간 군상들이 빚어내는 휴머니즘과 애환, 성장과정을 그리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를 끌어안고 있다. 50대 이상 세대에는 추억과 공감을, 젊은층에는 트렌디 드라마에서 찾기 힘든 감동과 따뜻함을 주고 있다. 관록의 작가 이금림은 제작발표회 당시 “인간 밑바닥의 진정성을 그린다면 특별한 설정 없이도 충분히 재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그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 역시 최근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된 뒤 꾸준히 시청률이 올라 최근 20%를 돌파했다. 지난달 31일 20회 방송분은 20.7%(AGB닐슨·수도권 기준)를 기록해 경쟁작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1970년대 쇼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시대극이라는 큰 틀 안에 로맨스,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요소를 버무렸다. 역경을 극복하며 성공을 일궈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만, 그 주변에 배치된 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도 드라마에 풍성한 생명력과 활기를 부여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저마다 각양각색의 욕망으로 꿈틀대는 인물들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 없다. <올인> <허준> 등을 집필했던 최완규 작가는 비중이 낮은 인물들에게까지 강한 존재감을 부여했다.

재혼 가정의 사랑과 새로운 가족관계에 초점을 맞춘 SBS 일일드라마 <내 딸 꽃님이>도 매번 시청률을 경신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의 근간은 이야기의 힘이지만 현재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실시간 시청률에 쫓기기 때문에 원래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가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스타가 캐스팅돼야 투자나 광고가 잘 붙고 제작이 쉬워지는 현실 때문에 드라마 제작에 우선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야기에 맞는 캐스팅보다는 캐스팅된 스타의 이미지에 맞는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려는 행태가 그 예”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평론가 김원은 “현재 방송 중이거나 그동안 방송됐던 드라마 가운데 스타들이 포진해 있으나 부실한 이야기, 작위적 전개로 일관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사례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시청자들을 말초적 자극에만 움직이는 사람들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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