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비전 선포식’ 갑자기 연기, 왜?

2010.09.01 21:28

같은 날 공정협약 행사 빛 잃을 우려

청와대 눈치… ‘임·단협’도 고려한 듯

현대·기아자동차가 1일로 예정된 그룹 비전 선포식을 연기한 배경을 두고 청와대와 노조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오전 11시에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현대차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협약 체결식’ 행사를 치렀다. 이 체결식은 현대차가 협력업체들과 함께 청와대의 주된 관심사항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다짐하는 행사다.

현대차는 이날 또다른 ‘주요행사’를 준비했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 600여명이 참석하는 그룹 비전 선포식이다. 그룹 창립 10주년을 맞아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그룹 이미지 통합(CI) 계획과 향후 10년에 대한 장기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 행사는 이날 오전 돌연 취소됐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이 비전 선포식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경우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 협약 체결 행사가 빛을 잃고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괜히 ‘위’(청와대를 지칭하는 듯)의 비위를 거스를 필요가 없지 않으냐”면서 “비전 선포식이야 회사 내부 행사인 만큼 굳이 날짜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2일로 예정된 기아자동차 노조의 올 임·단협 찬반투표 일정도 행사 연기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대대적인 그룹 CI 작업을 준비해놓고 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불렸던 회사의 공식 이름에서 기아차를 빼고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공식 영문 명칭도 ‘HyunDai Motor Group’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아차 인수 이후 직원들의 ‘기 살리기’ 차원에서 그동안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라는 명칭을 용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시대 변화에 맞춰 통일된 그룹 명칭도 기아차를 빼고 현대차그룹이라는 공식 이름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질 경우 당장 2일로 예정된 노사 찬반투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기아차 근로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서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확산될 경우 자칫 어렵게 사인한 임·단협 협상이 한순간에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1991년 이후 매년 파업을 되풀이하다 20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매듭짓고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의 한 인사는 “사실 비전 선포식 연기는 상생협력도 그렇지만 기아차의 임·단협 찬반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경영진의 이 같은 우려를 받아들여 정몽구 회장이 행사를 연기토록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연기된 비전 선포식 행사를 언제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 “며칠 시간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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