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도로 위의 최강자’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2012.06.18 20:57

공공도로상에서 최강이라는 의미로 ‘공도(公道)의 제왕’으로 불리는 차가 있다. 미쓰비시(Mitsubishi)의 랜서 에볼루션(Lancer Evolution)이다. 엄청난 힘과 탁월한 핸들링, 그리고 뛰어난 컨트롤 능력을 무기로 도로 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차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이면서 포르쉐나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에 버금가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점 또한 랜서 에볼루션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주요 랠리에서 진가를 발휘, ‘전설의 랠리카’로 자리매김했으며 미쓰비시와 일본을 대표하는 진정한 스포츠카로 평가받고 있다.

랜서는 처음부터 랠리를 겨냥해 출시된 미쓰비시의 야심작이다. 1973년 첫 출시된 이후 세계 랠리 챔피언십(WRC, World Rally Championship)과 호주 랠리 등에 출전했다. 물론 이보다 앞선 1960년대에도 미쓰비시는 콜트(Colt)와 갤랑(Galant)을 앞세워 여러 랠리에 도전해온 터였다.

랜서 에볼루션Ⅰ. <출처: CXC모터스>

랜서 에볼루션Ⅰ. <출처: CXC모터스>

랜서에서 변신해 WRC 우승 도전, 250마력의 괴력 뿜어내 = 미쓰비시는 지속적으로 WRC A그룹(연간 2500대 이상의 양산차를 생산해야 함)에 출전했는데, 1992년 9월 기존의 갤랑 VR-4(Galant VR-4) 대신 랜서 에볼루션을 내놓게 된다. 랜서 에볼루션은 2.0ℓ 직렬 4기통 엔진에 터보 차저를 적용, 믿기 힘든 250마력이란 괴력을 뿜어냈다. 당시 엔진은 갤랑 VR-4를 통해 성능을 검증받은 4G63을 차용했다.

1세대 랜서(1973). 랜서 에볼루션은 기존의 미쓰비시 랜서 모델을 개량해 1992년 처음 등장했다.

1세대 랜서(1973). 랜서 에볼루션은 기존의 미쓰비시 랜서 모델을 개량해 1992년 처음 등장했다.

최대토크 31.5㎏·m, 제로백 5.8초의 순발력 덕분에 진정한 스포츠세단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여기에 풀타임 4WD, 알루미늄 보닛도 적용됐다. 4도어 GSR(도로주행용)과 RS(자동차 경주용) 2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원래는 2500대 한정판매 계획이었으나 출시된지 이틀만에 매진돼 2500대를 추가 생산해야 했다.

랜서 에볼루션 II. <출처: CXC모터스>

랜서 에볼루션 II. <출처: CXC모터스>

랜서 에볼루션은 화려한 별명만큼이나 불리는 애칭도 독특하다. 랜서는 영어로 ‘창기병’이라는 뜻도 있지만 보통 ‘란에보’나 ‘에보’로 잘 알려져 있다.

랜서 에볼루션 III. <출처: CXC모터스>

랜서 에볼루션 III. <출처: CXC모터스>

란에보, 토미 마키넨 앞세워 4년 연속 우승 = 랜서 에볼루션 I 은 플랫폼 변경에 따라 크게 3가지 세대로 분류된다. WRC 우승을 목표로 만들어진 1992년의 초대 모델 에볼루션Ⅰ은 랠리에서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그 성능을 최대한으로 높인 1세대로 통한다.

랜서 에볼루션Ⅵ. <출처: CXC모터스>

랜서 에볼루션Ⅵ. <출처: CXC모터스>

2세대 모델은 핸들링 성능 향상을 위한 AYC(리어휠의 구동력을 자유자재로 배분하는 시스템·Active Yaw Control) 적용 등 주행성능을 향상시켰다. 3세대에서는 퍼포먼스와 핸들링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후 구동 파워배분을 3가지 모드로 설정하는 ACD(Active Center Differenttial)를 적용하는 등 주행능력의 안정성을 추구했다.

토미 마키넨이 타고 WRC에 출전한 랜서 에볼루션Ⅵ. <출처: CXC모터스>

토미 마키넨이 타고 WRC에 출전한 랜서 에볼루션Ⅵ. <출처: CXC모터스>

1994년 등장한 랜서 에볼루션(랜서 에볼루션 II)은 휠베이스와 트레드를 확대하고 바디 강성을 강화한 데 이어 흡배기 튜닝으로 출력을 260마력으로 10마력 높였다. 이듬해 랜서 에볼루션(랜서 에볼루션 III)은 270마력의 파워를 뿜어냈다. 1년후엔 일본 자국에서 규정한 제한치인 280마력까지 출력을 높인 랜서 에볼루션(랜서 에볼루션 IV)이 등장했다. 1998년 랜서 에볼루션 V가 공개됐는데, 기존 모델에서 차폭을 1770㎜로 늘이고 광폭타이어를 적용하는 등 주행능력의 안정성을 키웠다.

랜서 에볼루션Ⅶ. <출처: CXC모터스>

랜서 에볼루션Ⅶ. <출처: CXC모터스>

특히 이 시기엔 WRC에서 흔치않는 역사를 써내려가던 때였다. WRC 드라이버인 토미 마키넨(Tommi Makinen)을 앞세워 WRC에서 1996~99년 4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랜서 에볼루션과 경쟁한 스바루의 임프레자.

랜서 에볼루션과 경쟁한 스바루의 임프레자.

랠리카의 첨단 기술이 대폭 적용된 랜서 에볼루션 Ⅵ는 냉각성능을 높이기 위해 번호판을 옆으로 달고 리어윙을 2단으로 만드는 등 경주차 형태로 변해 있었다. 무엇보다 랜서 에볼루션 Ⅵ은 가벼운 차체와 공격적인 핸들링 등으로 랜서 에볼루션 특유의 매력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IVEC 터보엔진이 탑재된 랜서 에볼루션 X. <출처: CXC모터스>

MIVEC 터보엔진이 탑재된 랜서 에볼루션 X. <출처: CXC모터스>

주행안정성과 럭셔리함 추구, 스바루 임프레자와 줄곧 경쟁 = 2000년대의 랜서 에볼루션은 힘보다는 주행 안정성과 럭셔리함에 치중했다. 에볼루션 Ⅷ에서는 AYC와 6속 트랜스미션이 추가, 주행 편의성과 코너링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랠리 우승으로 얻은 인기 덕에 영화에도 출연했다. 랜서 에볼루션 Ⅶ~Ⅷ은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비중있게 등장하면서 오프로드 랠리카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고 대중들이 일반 도로에서 쉽게 운전할 수 있는 고성능차임을 알렸다.

랜서 에볼루션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경쟁 모델이 있다. 바로 스바루(Subaru)의 임프레자(Impreza)다. 일본 자국을 넘어 여러 랠리와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랜서 에볼루션과 쌍벽을 이루며 서로 경쟁했다. 임프레자도 랜서 에볼루션과 마찬가지로 WRC에서 네차례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4년 첫 등장한 임프레자 WRX STi는 1996년에 이르러 일본에서 규제하는 출력 최대치인 280마력까지 뿜어냈다.

랜서 에볼루션이 지금에 와서도 높이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포르쉐 911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고성능 스포츠카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가장 최근 모델인 랜서 에볼루션Ⅹ(2008년 출시)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차체와 제트기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프런트페이스 등 뾰족하고 날카로웠던 이전 세대와 차별화된 세련된 스타일로 탈바꿈했다. 넓은 축거와 윤거, 짧은 오버행(차축과 차단과의 거리) 설계 등 차량의 안정성과 컨트롤을 극대화 시킨다. 특히 배기량은 기존과 동일한 전통의 2000㏄를 유지하면서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41.5㎏·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랜서 에볼루션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랜서 에볼루션(Lancer Evolution)Ⅰ 제원
엔진 형식 : 2.0ℓ DOHC 4G63 D4 Turbo / 배기량 : 1997㏄ / 최고속도 : 180㎞/h / 차체형식 : 4도어 세단 / 트랜스미션 : W5M33 5단 수동 변속기 / 최고출력 : 250hp·6000rpm / 최대토크 : 31.5㎏·m·3000rpm / 전장x폭x전고 : 4310㎜x1695㎜x1395㎜ / 휠베이스 : 2500㎜ / 총 중량 : 1240㎏ / 생산년도 : 1992~1994년 / 생산국가 :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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