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법인 분리 제동…힘 실린 산업은행

2018.11.28 16:32 입력 2018.11.28 22:59 수정

법원 “조직개편 정관 위반” 집행정지 결정…사측은 “항소 검토”, 노조는 “환영”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법인 신설에 급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사측의 연구·개발 법인 분리 결의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항소를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연내 신설 법인 설립 등 사측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 시도가 한국 철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보는 노조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향후 한국지엠과 산업은행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40부(배기열 수석부장판사)는 28일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주주총회 ‘분할계획서 승인 건’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산업은행이 10억원을 공탁하거나 지급보증위탁계약 체결문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달 19일자 임시주주총회에서 한 분할계획서 승인 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한국지엠은 결의를 집행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19일 산업은행과 노조의 반발 속에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 신설 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시 찬성 의결권 중 보통주 수는 3억4400여만주로, 한국지엠 보통주 총수 4억1500여만주의 82.9%를 차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사 분할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채무자의 권리·의무 일부를 이전하는 회사법적 행위”라며 “한국지엠 정관에 의해 보통주 총수의 85%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하는 특별결의의 대상으로 규정된 ‘회사의 흡수합병, 신설합병 기타 회사의 조직개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보통주 총수의 85%에 해당하는 3억5300만주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한 결의는 정관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회사 분할이 ‘회사의 실질적인 지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합병, 기타 이와 유사한 행위’로 초다수 특별결의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 분할은 한국지엠의 실질적 지분 상황에 변동을 초래하는 합병 유사 행위로 정관에 규정된 초다수 특별결의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이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항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GM 본사는 로베르토 렘펠 GM 수석 엔지니어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대표이사에 임명하는 등 신설 법인 이사진 6명을 선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신설 법인 발기인 총회 등이 최소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입김이 상당 기간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GM 본사 측의 일방적인 사업 개편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신설 작업이 GM 본사의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 속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GM은 지난 26일 북미지역 공장 5곳과 나머지 지역 2곳의 공장을 폐쇄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에서 연구·개발 인력만 떼낸 뒤 생산라인은 폐쇄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분석되고 있다. GM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 외에는 한국과 브라질에만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머지 지역 2곳 중 한 곳 정도는 한국 공장, 이 중에서도 가동률이 떨어지는 창원공장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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