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윤 못지않게 중요한 건 친환경 실현”

2014.07.16 21:11
김형규 기자

한국 진출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하워드 부사장

올해 8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 아웃도어 업계에 ‘괴짜’ 기업이 도전장을 던졌다. 무작정 매출을 늘리기보다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를 퍼뜨리는 게 먼저라는 파타고니아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파타고니아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 방한한 조이 하워드 마케팅 담당 부사장(43)은 1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상식으로 보면 우리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전통적 회사는 수익을 많이 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데 집중하지만 우리는 이윤 못지않게 환경문제 해결 등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조이 하워드 마케팅담당 부사장이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조이 하워드 마케팅담당 부사장이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미국 등반가 이본 쉬나드가 1973년 설립한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명하다. 장식과 박음질, 염색을 최소화하고 수선해 입기 쉽도록 평범한 지퍼를 다는 것이 특징이다. 1996년부터는 모든 의류 제품에 화학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면을 사용한다. 30년째 연 매출의 1%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하워드 부사장은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사업 자체를 환경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런 생각은 ‘덜 사되 좋은 걸 사자’(Buy less, Buy better)는 회사 슬로건에 잘 드러난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고 제품의 기능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파타고니아가 자체 개발해 재킷 등에 사용하는 ‘h2no’ 소재는 100% 방수와 통풍 기능을 자랑한다. 석유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서핑용 잠수복은 업계에서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기 스타를 앞세운 대규모 물량 공세가 일반화된 한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환경보호 등 무형의 가치를 강조하는 파타고니아의 전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하워드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현명하다”며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지구를 위한 대안적 소비 방법을 깨우치는 순간 변화는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부사장은 대학생이던 1992년부터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영학 석사과정(MBA) 시절에는 동료들과 ‘세계자원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만들어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방안을 연구했다. 존슨앤드존슨, 코카콜라, 나이키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다 매출액이 30~40분의 1에 불과한 파타고니아로 옮긴 이유도 분명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표준으로 내세우는 경영방식을 따르지 않고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워드 부사장은 “고객들이 입던 옷을 기부하면 수선해서 재판매하고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낡은 옷 입기 캠페인’ 등을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시장에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 일상적인 실천을 해나가고 자신의 활동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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