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음직한 주식이 없다

2000.11.01 19:40

올들어 한국의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떨어져‘바겐세일’상태에 놓여있다. 주가의 하락폭이 다른 나라보다 크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일부 적극적인 투자의사를 밝히는 외국인들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이 국내로 투입되기에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너무 작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사는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이다. 올들어 한국의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떨어져 ‘바겐세일’ 상태에 놓여있다. 주가의 하락폭이 다른 나라보다 크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일부 적극적인 투자의사를 밝히는 외국인들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이 국내로 투입되기에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너무 작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사는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이다.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는 “매력있는 한국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몇 개를 제외하면 규모가 너무 작아 매입 종목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체력이 하루빨리 회복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종목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가격메리트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있다. 한국상장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 정도로 미국(20배)이나 홍콩(12배)·대만(23배)에 비해 크게 낮아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이머징 마켓 인베스트먼트’ 마크 자비스 펀드매니저는 “코스닥기업은 그동안 PER가 200~300배 정도로 너무 높았으나 주가가 떨어지면서 크게 낮아졌다”며 “한국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관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종목은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타이거펀드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너무 떨어져 추가하락보다는 밑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더 높다”며 “ ‘셀(sell)삼성’의 강도가 이전처럼 거세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변동성이 너무 크다= 한국의 주가는 하루에도 5% 이상 크게 움직이는 게 다반사다. 선진국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루변동폭이 1%가 채 안되며 동남아 국가와 남미국가들도 우리나라보다 변동성이 작다고 말했다.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의 주식시장만 보면 전쟁이 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쟁만큼 큰 사건이 터져야 나올 수 있는 폭등·락 장세가 한국시장에서는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인은 섣불리 한국시장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형편이다. 국내 증권의 홍콩지사 관계자는 “한국 증시의 과도한 변동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도 단기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또 국내 주식시장의 체력이 너무 약화됐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주식시장이 외국인의 움직임뿐 아니라 국내 투자주체들에 의해 상호보완적으로 시장을 이끌어갈 때 투자의 안정성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한 기업이 적다=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에서 사고 싶은 주식이 많지만 살 수 있는 종목은 적다고 지적했다. 통상 외국의 대규모 펀드들은 투자종목을 고르고 이에 수백억~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시장규모도 위축돼 이들 외국의 대규모 펀드가 주식을 매입하려면 기업전체를 다 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이 큰 삼성·SK·포철·한전 등 몇개 종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한국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설명이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인디고 캐피탈’의 로버트 로젠버그 투자담당부장은 “한국의 주식시장이 외국인으로부터 주목을 받으려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한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성기자 p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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