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앞길 ‘첩첩산중’

2001.11.01 19:29

하이닉스반도체의 유동성 위기가 채권단 지원으로 한고비를 넘겼지만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생존의 열쇠인 반도체 경기는 물론 경쟁업체들의 견제, 자구노력 이행 등 난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당장 경쟁업체인 미국·유럽연합(EU)의 ‘협공’이 심상찮다. 미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채권단의 정상화 방안을 불공정 지원으로 규정, 미 정부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은 “시장경제 원리대로라면 비효율적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살리려 하는 것은 반도체 시장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EU와 독일 인피니온은 물론 대만 D램 업체들도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과 구조조정 계획도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128메가 D램 가격이 생산원가를 밑도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300㎜ 웨이퍼 양산 시스템으로 무한경쟁 시대를 선언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방침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하위업체의 목을 죄는 ‘칼날’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하이닉스로서는 경쟁상황이 치열해질수록 적자가 커지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추가 자구계획의 핵심인 설비 매각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인백 하이닉스 부사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주정부를 포함해 여러 곳과 (매각과 관련한) 대화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생산부문을 분리해 자본 제휴를 통해 공동경영하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이 중국·대만 업체 외에는 없는 상황에서 기술 이전을 담보로 한 설비 매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문규기자 park00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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