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막강파워 외국인 투자자

2003.07.01 18:27

애널리스트들이 내는 기업분석보고서(데일리)에는 외국인투자자의 동향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중요한 투자 정보원인 데일리에 외국인 투자 움직임이 ‘분석 대상 1호’로 자리잡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얼마나 사고 파느냐에 따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주가 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를 ‘외국인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시장’, ‘천수답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지 벌써 오래다.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란 국내 주식을 사고 팔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외국인을 뜻한다.

투자자로 등록한 외국인은 지난 5월말 현재 1만4천5백61명. 이 중 개인투자자는 5,103명(35%), 기관투자가는 9,458명(65%)으로 기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5,573명(38.3%)으로 가장 많고 영국 1,263명(8.7%), 일본 1,186명(8.1%) 등의 순이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게 개방된 1992년 1월 이후 외국인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면 주가가 오르고, 팔면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은 최근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28일부터 6월20일까지 매매거래일 기준으로 17일 연속 순매수했다. 누적 순매수 금액은 2조7천2백7억원에 달했다. 이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는 628.36에서 686.22로 단기간에 9.21% 올랐다.

외국인들의 투자 동향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춤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그만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말 현재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주식수는 전체 상장 주식 2백16억4천6백96만주 중 30억8천5백43만주로 전체의 14.3%를 차지한다.

그러나 시가총액기준으로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전체 시가총액 2백61억3천9백89억원 중 90조2천47억원이 외국인 소유로 돼 있어 전체 비중은 34.5%나 된다. 지난해말 현재 개인 비중(시가총액기준) 25.5%, 기관이 15.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이 얼마나 큰지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삼성전자(54.79%), SK텔레콤(54.79%), KT(43.58%), 한국전력(25.53%) 등 시가총액비중이 높은 국내 대표주들을 많이 보유한 채 이들 종목을 샀다 팔았다 하기 때문에 증시 영향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지난 4월에는 영국계 투자자문사인 소버린이 크레스트증권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SK(주) 주식을 대량 사들임으로써 최대주주로 부상,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개별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입김도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내국인이면서 해외에서 외국인 행세를 하며 국내 주가를 조작하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도 하나, 둘씩 적발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5월 다수의 해외 역외펀드 계좌를 이용해 코스닥 등록기업 주식의 시세를 조종, 24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내국인 2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해외에서 외국인을 가장한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시세 차익을 노려 국내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들의 과도한 시장 영향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지만 투자 자체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론이 우세하다. 외국인투자가 허용된 이후 주식투자에 대한 선진투자기법이 새로 선을 보였고 장기투자가를 자리잡게 하는 등 투자 체질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지나치게 단기실적관리에만 치중, 기업들의 장기투자에 제동을 거는 등 부정적 측면을 지적하는 견해도 없지않다.

대한투자증권 경제연구소 장만호 소장은 “주식 시장의 제도 측면이나 기업의 경영·회계관행을 투명하게 유도하는 시장 감시자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따라 국내 증시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등 증시 발전에 공헌한 측면이 더 많다”며 “시장이 외국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개인과 기관들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자본시장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병태기자 cb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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