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보다 수익높여라” M&A 새바람

2006.11.01 18:12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가 지난 20년간 인수·합병(M&A)한 기업 숫자는 무려 110여개에 이른다. 시스코는 지난 2월에도 셋톱박스 업체인 사이언티픽-애틀랜타를 인수해 4·4분기(5~7월) 매출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리는 데 성공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기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M&A보다는 시장점유율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M&A가 늘고 있는 추세다.

“덩치보다 수익높여라”  M&A 새바람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NHN이다. 지난달 19일 검색포털 엠파스와 검색기술개발업체 코난테크놀로지를 전격 인수한 SK커뮤니케이션즈는 PC통신업체 넷츠고가 전신이다. 이 회사는 2002년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하며 포털 업계에 뛰어든 후 2003년 경영난에 처한 싸이월드를 인수해 2년 만에 회원 수를 8배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 올들어서는 블로그사이트 이글루스를 잇달아 인수해 ‘사들이면서 큰다’는 전형적인 M&A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네이버 공화국’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NHN은 11개 기업의 M&A를 통해 이뤄진 기업이다. NHN은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M&A 사례 중의 하나로 꼽히는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으로 출발했다.

NHN은 올해 들어서도 게임벤처 네오플, 스토리지 솔루션 업체 데이타코러스, 포털 업체 첫 눈 등 3건의 M&A를 단행했다. NHN이 같은 업종 기업의 M&A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취지에서다.

식료품업계의 M&A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청정원’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은 신선냉장식품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두산의 ‘종가집’을 인수했다. CJ는 지난 2월 어묵 등 수산가공 식품을 생산하는 삼호F&G를 인수한 데 이어 하선정 종합식품과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음료업체 중에서는 동원그룹이 덴마크 우유로 알려진 디엠푸드와 해태유업을 사들였다.

M&A 연구소 김영진 소장은 “업계에서 관련 업종끼리의 적극적인 M&A가 활성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현상”이라며 “M&A로 자사의 부족한 부문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소장은 그러나 “성공한 M&A와 실패한 M&A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어느 회사를 사들이느냐가 아니라 M&A를 한 뒤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장은 그 단적이 사례로 전자업계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들었다. 삼성전자는 1994년 “이상적인 M&A”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PC업체 AST를 인수했다. 그러나 현지 인력과의 불화 등으로 삼성전자는 5년 만에 적자누적으로 경영권을 포기해야 했다.

이에 반해 LG전자가 1995년 미국 가전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하려했을 때 업계에서는 “무모한 M&A”라는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LG전자로 M&A된 뒤 연구·개발(R&D) 부문을 강화한 제니스는 2~3년 뒤부터 디지털 TV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로 연간 1억달러의 흑자를 LG전자에 안겨줄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식 시가총액 대비 M&A 비율은 2.9%가량으로 아직까지 미국(7%)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조정 투자회사 코아FG의 황상운 전무는 “국내 M&A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업을 경영이 아닌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전무는 “아직까지 대다수 경우 기업 오너의 강한 소유욕 때문에 퇴출 직전 단계에 이른 기업들만 매물로 나온다”며 “외국은 완숙 단계로 접어들기 전의 기업들이 M&A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정유진기자〉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