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규제 시급” 한목소리

2009.01.18 18:24

1부 - (9) 신자유주의는 몰락할 것인가

‘신자유주의는 몰락한 것인가’를 주제로 한 1부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미국 금융 시장은 과도한 자유를 누렸고 적절한 규제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지금 위기는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퇴조의 길을 갈 것”이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쇠퇴는 분명하지만 신자유주의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 모델들이 싸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의 위기로 정부의 비중이 잠시 더 커지긴 하겠지만 경제가 회복되면 결국 다시 시장은 자신의 힘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드러난다고 해도 정부로부터 자본을 해방시키려는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신자유주의가 쇠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발제 1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빈부차 클수록 공황 심…규제완화 지속 어려울 것

금융 위기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로 국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노후에 대비해 펀드에 가입한 분들이 피해를 보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퇴조의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토론회

신자유주의는 1970년 나타났던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항하기 위해 등장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가들의 수익을 개선해주고, 금융 산업 내에서도 규제를 풀어 비정상적인 파생상품이 나오는 환경을 만든 게 신자유주의다. 규제 완화가 빚어낸 모순들이 지금의 대공황과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대공황 이후 케인스주의 시스템이 등장했던 배경도 자본활동이 너무 방만하게 이루어지면 위기가 닥친다는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본활동을 규제하고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노동자와 약자를 보호했다.

자본주의경제 체제에서 경제 순환 때문에 나타나는 침체기는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 강도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공황의 강도가 심해지는데 1929년 대공황 직전인 1927년쯤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였다. 그 뒤로 세금을 많이 거두고 재분배를 강화해서 194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말까지 30~35%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규제 완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상위 계층의 부는 점차 늘어났고 2006년쯤에는 대공황 때의 수준인 50%로 되돌아갔다. 스톡옵션 등을 통해 고위 임원들은 많은 소득을 가져갔고, 그들은 또한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도 게임을 펼치며 부를 늘려갔다.

이렇게 미국 내에서 소득 분배가 점점 불평등해지면서 불거진 문제가 저소득층들의 주거 문제다. 이들에게 미국 정부가 어떻게 했나. 주택 보조금 제도라는 복지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집을 사라고 했다. 이게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이고, 이번 전 세계 경제 위기의 주요한 요인이 됐다. 결국 ‘복지의 후퇴’가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자본규제 시급” 한목소리

발제 2 - 김상조 한성대 교수

국가와 시장의 역할 배분…시민사회 건강성이 관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보면 자본주의에 존재하는 두 가지 특수 상품이 나온다. 바로 화폐와 노동력이다. 이 두 가지가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이것을 사회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특수상품으로 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근본적 오류는 특수상품의 특수성을 망각하고 단순한 시장교환 대상으로만 취급했다는 데 있다. 이 특수상품의 재생산을 전적으로 시장에 일임해버린 게 바로 ‘시장만능주의’이다. 1980년대 이래 노동시장 유연화, 화폐를 다루는 금융산업에 일어난 대대적 규제 완화는 그를 증명한다.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핵심인 노동력과 화폐를 사회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시장에 맡기는 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는 분명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러나 ‘쇠퇴’가 바로 ‘몰락’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대안 모델을 탐색하는 암중모색기가 진행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신자유주의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 모델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삶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움직이는 기제는 시장과 국가다. 신자유주의는 중심축을 시장 쪽으로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경우인데 그 한계가 나타난 현시점에서는 무게추가 다시 한번 국가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이전에 있었던 케인스주의를 되돌아봐야 한다. 금융 자본의 힘을 재규제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거치면서 붕괴됐던 중산층을 재건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냐가 문제가 된다. 그러나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는 것처럼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됐다. 국가와 시장의 역할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시민사회의 건강성이다. 그러나 한국자본주의는 국가자본주의에서 곧바로 신자유주의로 건너뛰었기 때문에 한국의 시민사회는 시장과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명확히 모른다. 그 역할을 지금부터 재정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 자본주의 재구축 과정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발제 3 -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정부 비중 확대되겠지만… 시장 자율적인 복원 가능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많은 비판과 지적들이 나왔다. 수긍하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호들갑스러운 부분도 있다. 1929년 대공황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시스템의 문제가 제기됐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고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였다. 정부가 개입하면서 1932년 안정을 찾다가 다시 어려워지는 듯하더니 세계 2차대전 터지면서 전쟁 물자 생산과 공급과잉 설비가 정리되면서 경제가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거대한 충격이 왔을 때 국가의 역할이 뭐였냐. 실질적으로 세계 2차대전이 살린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시스템이 작동을 하다가 충격을 받는 때가 있는데 그 상황이 오면사람들은 “이제 이 시스템은 끝난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세계 2차대전 이후의 경험을 보면 그런 문제들은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특유의 복원력으로 해결해나간다. 정부와 시장이 적절한 관계를 맺어 문제들을 해결하고, 국가 간의 협력 등을 통해 제 모습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비중이 0이라면 극단적 자유방임이다. 정부가 100이면 극단적 사회주의다. 케인스주의는 정부의 비중이 약 50 정도이고, 신자유주의는 30, 자유주의가 10이라고 본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니까 정부 비중이 30에서 50~60으로 갈 확률이 높다. 다시 위기가 진정되고 여러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가면 정부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시장은 힘이 있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려는 속성이 있다. 또한 정부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속성이 있다.

금융 위기가 오는 과정에서 미국에는 분명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었고 이것은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시장은 붕괴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현재 위기가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대공황하고는 비교가 안된다. 대공황도 헤쳐온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면 이 위기도 결국 특유의 복원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조정되면서 회복되는 과정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발제 4 - 임원혁 KDI 연구위원

신자유주의 폐해 있어도…자본은 지속적 국가견제

신자유주의는 세계 2차대전 이후 형성된 복지국가를 해체했던 일련의 정책으로 구현됐다. 규제를 완화하고, 특히 금융 정책에서의 규제를 없애고 노조를 약화시켰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여러 선진 경제국들의 정책 기조가 되었던 것은 케인스주의에 가까웠고 성과도 상당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유럽 국가들은 사민주의에 가까운 복지 국가체제를 형성하고 경제를 발전시켰다. 미국은 1948년부터 1973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2.8% 성장을 이뤘다. 노조 친화 정책과 누진적 조세 체계가 그 역할을 했다. 중산층도 견고하게 형성됐다. 그러나 결국 복지 사회의 성공은 쇠퇴로 연결됐다. 노조가 과도한 복지를 요구하면서 정당성과 힘을 잃었고, 대다수 중산층도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됐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유권자들은 과도한 복지 혜택에 대해 식상함을 느꼈다. 물론 유권자들이 의료보험과 같은 혜택을 싫어한 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복지혜택으로 벤츠 몰고 다닌다’는 에피소드들이 생기면서 반감이 생긴 것이다. 이때 대처와 레이건이 나타나 “민주 국가에서 자본은 소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정치적으로 세련되고 효과적으로 포장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신자유주의를 전파했다.

재미있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계속 힘을 발휘하면 생산성은 늘었는지 몰라도 소득 분배는 악화된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가 대표적이다. 생산성은 연간 2.5%씩 늘어나는데 중산층의 소득은 같은 기간 2000달러가 줄었다. 미국 내에서 중산층이 흔들리면서 다시 진보 정치가 복귀되고 2008년 오바마의 승리로 연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가 쇠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복잡한 국제·정치적인 이유가 많지만 신자유주의는 본질적으로 정부로부터 자본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수요는 상당하다.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폐해가 드러난다고 해도 자본은 계속 국가를 견제할 여건이 되고, 민주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본인들의 계급적 이해에 충실하게 투표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

<유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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