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비위 거스릴 필요 있나”…청와대 눈치 때문?

2010.09.01 17:25

현대·기아자동차가 1일 그룹 비전 선포식을 연기한 것은 청와대와 노조의 눈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오전 11시에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현대차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협약 체결식’ 행사를 치뤘다. 이날 행사는 현대차가 협력업체들과 함께 청와대의 주된 관심사항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다짐하는 행사다.

그러나 같은날 현대·기아차그룹의 비전 선포식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경우 행사의 빛이 바래면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현대차 내부에서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현대차가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하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괜히 ‘위’(청와대를 지칭하는 듯)의 비위를 거스릴 필요가 없지않냐”면서 “비전 선포식이야 회사 내부 행사인 만큼 굳이 날짜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상생협력 행사엔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과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참석했다.

또다른 변수는 2일로 예정된 기아자동차 노조의 올 임·단협 찬반투표 일정도 행사 연기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그룹의 대대적인 이미지 통합(CI) 계획을 준비해놓고 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불렸던 회사의 공식 이름에서 기아차를 빼고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통합하는 게 주된 골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공식 영문 명칭도 ‘HyunDai Motor Group’로 통일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기아차 인수 이후 직원들의 ‘기 살리기’ 차원에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라는 명칭을 용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시대 변화에 맞춰 통일된 그룹 명칭도 기아차를 빼고 현대차그룹이라는 공식 이름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계획이 알려질 경우 당장 2일로 예정된 노사 찬반투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기아차 근로자들 사이에 “우리가 ‘서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확산될 경우 자칫 어렵게 사인한 임단협 협상이 한순간 어그러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91년 이후 매년 파업을 되풀이하다 20년만인 올해 처음으로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매듭짓고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의 한 인사는 “사실 비전 선포식 연기는 상생협력도 그렇지만 기아차의 임단협 찬반투표에 영향을 미치지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경영진의 이같은 우려를 받아들여 정몽구 회장이 행사를 연기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연기된 비전 선포식 행사를 언제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 “며칠 시간을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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