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감사 회계법인 ‘연대책임 완화’ 법안 논란

2013.05.01 22:06

‘비례책임’으로… 민주당 김관영 의원 발의

“투자자 보호 장치 없어 균형 안 맞아” 지적

부실감사를 벌인 회계법인의 연대책임 의무를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 없이 회계법인의 책임만 덜어주려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관영 의원은 지난 2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김 의원은 재정경제부, 김앤장 등에서 근무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회계법인의 ‘연대책임’을 ‘비례책임’으로 완화하는 것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숙원 사업이다. 현재 외감법은 회계법인이 감사를 부실하게 해 회사 또는 제3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경우 해당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와 연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을 개정해 비례책임제를 도입하면 회계법인은 법원 판결에 따라 손해발생에 기여한 만큼만 책임을 지면 돼 부담이 줄어든다.

부실 감사 회계법인 ‘연대책임 완화’ 법안 논란

김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회사 재무제표 작성의 직접 당사자인 해당 회사의 이사와 전수조사가 아닌 일정한 감사 절차에 따라 감사하는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은 책임의 정도가 다른 경우가 있지만 모든 경우에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영화회계법인은 2004년 회계부실을 밝혀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39개 채권금융기관에 156억원을 배상했다. 정무위 구기성 수석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서에서 “고의나 과실의 정도가 높은 행위자보다 과실은 경미한데도 상대적으로 지급능력이 있는 자가 우선적으로 손해배상 책임 전부를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안전판을 마련하지 않은 채 회계법인의 부담만 경감시키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회계사는 “개정안이 회계법인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만큼 회계법인에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는 게 맞다. 공인회계사회의 손해배상공동기금을 현실화하거나 회계법인의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군소 회계법인이 난립해 회계감사에 충분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될 수 없는 구조라 회계감사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 또 증권집단소송법에 남소 방지 장치가 강하게 규정돼 있어 투자자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소송장치가 미흡하다”며 “개정안 그 자체만 본다면 일리가 없지 않지만 주변 여건을 함께 고려한다면 회계법인의 부담만 덜어주는 방향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회사 재무제표 및 외부 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타당한지 여부를 조사하는 감리를 실시한 결과 감리 대상의 25.1%가 부실감사 등의 이유로 조치를 받았다.

특히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한 2011년은 35.0%, 2012년은 47.3%로 조치 비율이 치솟았다.

이 같은 부실감사 탓에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18개 회계법인이 57건, 2545억원의 민사소송을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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