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공약 ‘고향세’ 지자체 재정 불균형 해소책 될까

2017.06.08 17:12 입력 2017.06.12 11:00 수정

2008년 시행 일본은 출향인사 등 납세 증가로 지방 재정 넉넉해져

정부, 도입 논의·국회선 입법 절차…지자체들도 시행 목소리 커져

문 대통령 공약 ‘고향세’ 지자체 재정 불균형 해소책 될까

일본 미야자키(宮崎)현 미야코노조(都城)시에서 미취학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병원으로 가는 발길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이들이 병원에 갈 때마다 내던 자기부담금 350엔(약 3500원)을 지난 4월1일부터 시가 대신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야코노조시가 미취학 어린이들의 병원비를 지원해줄 수 있게 된 것은 ‘후루사토(고향)납세’ 제도 덕분이다. 후루사토납세 제도는 일본 국민들이 자신의 고향이나 돕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기부금액 중에서 2000엔(약 2만원)을 제외한 전액에 대해 주민세·소득세를 공제해주는 것이다.

인구가 16만3000여명에 불과한 미야코노조시는 후루사토납세 제도를 통해 2015년에만 무려 42억3100만엔(약 433억1655만원)을 모았다. 전국 각지의 출향인사는 물론 미야코노조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28만8338건의 기부를 해온 덕분이다.

2008년부터 후루사토납세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일본 전국 지자체에는 2015년 한 해에만 1653억엔(약 1조7000억원)이 기부됐다. 2008년 81억엔(약 831억원)에서 무려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8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후루사토납세 제도를 통해 마련한 돈을 교육·육아·복지·환경 등 8개 분야에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지자체들 사이에서 후루사토납세 제도가 재정난을 타개하는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고향세’ 제도 도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지자체 사이의 재정 불균형을 없앨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그 배경이다. 도시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하고, 10만원을 넘는 금액은 일부를 공제해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고향세 도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고향세 제도의 입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홍의락 의원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사는 납세자가 납부 소득세액의 10%를 자신이 지정하는 지자체에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3일 대표발의했다. 홍 의원 측은 인구의 약 50%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100대 기업의 본사가 95%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의 고향납세제도를 시행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의원은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소하고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한다는 뜻에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전재수 의원은 재정자립도가 20% 이하인 지자체가 도시민 1인당 연간 100만원 이하의 고향기부금을 모집·접수할 수 있도록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자체에 기부하는 금액에 대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해주고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소득세와 지방세를 각각 15%와 10% 세액공제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향세 제도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보내자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으면서 처음 선보였다. 18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2차례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지만 끝내 무산됐다.

지자체 쪽에서도 고향세 제도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016년 2월 강원발전연구원이 일본의 고향세 성공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은 데 이어 같은 해 3월 전북도의회가 고향세 도입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정치권에 전달한 바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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