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원전 위험비용 이슈화 안되고 전기료만 부각”

2017.09.27 22:00 입력 2017.09.27 22:08 수정

‘에너지 전환, 순항할까’ - 전문가 좌담

“현재 발전설비 많이 갖춰 전력공급 영향 없어”

“공론화로 ‘시민성’ 탄생…탈핵 로드맵 구체화해야”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왼쪽부터)가 지난 26일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에너지 전환, 순항할까’란 주제로 신고리 5·6호기 관련 공론화 문제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왼쪽부터)가 지난 26일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에너지 전환, 순항할까’란 주제로 신고리 5·6호기 관련 공론화 문제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가를 시민들의 결정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두 달간 신고리 5·6호기 공사의 문제는 탈(脫)원전 문제로 확대됐고 찬반 진영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와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6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에너지 전환, 순항할까’란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또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탈원전 논의는 안전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까지 기대만큼 사회적 공론화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기회에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된 점은 높이 평가했다.

■ 탈원전은 안전의 문제다

<b>박종운</b>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박종운 = 신고리 5·6호기 논란은 탈원전 정책 선언 전부터 시작됐다. 바로 안전 문제였다. 원전 과밀 부지에 세워지는 데다 반경 30㎞에 380만명이 살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탈원전’이 결부되는 바람에 ‘국지전’이 ‘세계대전’으로 커져버렸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보자. 탈원전을 떠나 신고리 문제는 어디까지나 지역 이슈다. 원전이나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수용할 리 없는 수도권 시민들이 신고리 문제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영희 =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고리 문제는 정치적 의제가 돼버렸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후 여론조사를 보면 결과는 이중적이다. 사람들은 원전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안전에 대해선 불안해한다. 우리는 지난 40년간, 정확히 정부 문서에 ‘원자력’이 들어간 걸로 따지면 50년간 일방적으로 원전은 안전하단 이야기만 들어왔다. 그동안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탓이다. 토론이 이렇게까지 활발해진 건 처음이다.

박종운 = (그동안 원전 이슈가 묻혔던 건) 후쿠시마 사고 같은 건 우리나라에선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본다. 대형사고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b>이상훈</b>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소장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소장

이상훈 =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탈원전과 전기요금 인상 문제도 논란이 뜨겁다. 단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전기요금에 대해선 민감하게 생각한다. 외국과 달리 한국인들은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문제를 논의에 부치면 민감해진다. 그렇지만 지불능력이나 소득수준을 따지면 전기요금이 소폭 오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현재 발전설비를 많이 갖고 있다. 상당 기간 전력공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다.

박종운 = 5만원짜리 스테이크는 먹어도 전기요금 인상은 싫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눈길이 가는 사례가 있다. 미국 애리조나는 원전의 전력 비중이 28%이고 비수력 재생에너지가 7%다. 캘리포니아는 원전 5%, 비수력 재생에너지가 34%다. 지난 10년간 두 곳의 전기요금 인상률은 차이가 없다. 원전의 위험비용 등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으면서 전기요금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편향적이다.

이상훈 = 인구밀도가 높고 신재생에너지 설치 공간이 적다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생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태양광의 경우 땅이 넓지 않지만 독일처럼 지붕을 잘 활용하면 된다. 수면을 이용한 태양광 에너지 생산도 가능하다. 해상풍력 단가도 많이 저렴해졌다. 국제적으로 지금까지 육상풍력 시대였다면 앞으로 해상풍력 시대가 될 것이다. 이렇게 활용하면 정부가 추구하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다. 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놓고 고민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이나 외국에선 50%, 100% 달성을 갖고 가능 여부를 고민한다.

박종운 = 왜 논란이 되는 것 같나. 원전 모두를 재생에너지가 대체하는 걸로 여론을 몰아가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대만은 원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탈원전을 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 탈원전을 선언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 시동 걸린 에너지 민주주의

<b>이영희</b> 가톨릭대사회학과 교수

이영희 가톨릭대사회학과 교수

이영희 = 민주화 이후 갈등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갈등이 폭주하고 있다. 당연히 억눌렸던 말을 할 권리가 생기니까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이게 민주주의다. 시끄러운 갈등을 민주적으로 평화롭게 조정하고 해결하는 게 정부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론화 출발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공론화는 갈등사안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뚜렷하면 공론화가 아니라 협상을 해야 한다. 신고리는 업자나 지역주민, 노동자 등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협상으로 접근하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탈원전 정책은 공론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상훈 = 유럽 국가 대부분은 주요 정책의 경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영국의 경우 세븐강 조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1년간 찬반 입장을 들었다. 이번 신고리 공론화는 방식은 다르지만 정책의 고객인 국민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의사결정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영희 = 기대한 만큼 사회적 공론화가 활성화돼 있다고 보지 않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알고 관심을 갖고 있다. 단편적 예로 시민참여단 500명 중 95.6%인 478명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그만큼 높은 열기로 참여 의지를 보여줬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론화위가 7월24일 출범했는데 실질적인 공론화 없이 두 달을 보내버렸다는 것이다. 사회적 공론화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공론화위의 지역순회 토론회 횟수를 늘려야 한다. 시민사회가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미니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자료와 전문가 공급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자리매김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박종운 = 공론화위 시민참여단 구성을 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포함돼 있는 걸로 안다. 당장 자신들이 사는 곳에 원전이나 핵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설 리 없으니 방관자적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까 우려스럽다.

이영희 = 정책은 불안정한 법이다. 정권도 유한하다. 탈원전을 추진한다 해도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시민들이 에너지 정책과 원전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론화는 ‘시민성’ 탄생을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루이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상훈 = 독일은 1998년에 탈원전하기로 했지만 10년이 지나서 다시 논의했다. 현실화하려면 대안들이 당초 예상대로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힘이 있어야 대안들도 제대로 자리 잡는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안전하고 친환경적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같은 진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탈원전 논의는 언제든 과거로 후퇴할 수 있다.

■ 탈원전 의지 확고히 보여줘야

박종운 = 우선 10%까지 재생에너지를 늘려보자.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이것마저 싫다고 한다면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상훈 = 대통령 공약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신규 원전 백지화였다. 그러다 신고리 원전이 건설 중이니 여론을 들어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공론화위 논의 결과를 따른다는 약속대로 가면 된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반발은 있겠지만 경미할 것이고 정부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 전환은 순항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본다면 전력수급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없어 논란도 일단락될 것으로 본다.

이영희 = 정부가 탈원전 정책 의지를 확고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신고리 문제와는 별개로. 탈원전 의지와 홍보가 로드맵으로 구체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건설이 중단되면 공약을 지키는 결과가 되는 것이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층 힘을 받을 것이다. 친원전 진영이 거세게 반발하겠지만 애초 공약보다 한발 물러나 공론화를 거친 만큼 반대할 명분은 없어질 것이다.

<시리즈 끝>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