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충돌, 해결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2018.03.25 21:36 입력 2018.03.25 21:40 수정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발 무역 갈등의 격랑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올 초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즉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최종 결정한 데 이어 2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 선언과 지난주 중국에 대한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상황이다. 그 수단과 대상도 다양하다. 미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의 세이프가드, 안보를 위해 국내 철강 산업을 살려야 한다면서 동원한 무역확장법 232조, 중국의 지재권 침해 문제 해결 카드로 뽑아든 통상법 301조가 활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새로운 조치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 정부가 자유무역 질서 정착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거의 사라졌던 조항들까지 앞세워 무역제재에 나선 이유와 목표는 분명하다. 미국이 직면한 대규모 무역 불균형, 특히 경쟁질서 왜곡으로 발생한 ‘불공정한 적자’를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그 목표가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손봐주기’임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은 지난해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충분히 예견됐다. 연초부터 반덤핑 제소,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 등을 둘러싼 크고 작은 마찰이 빈발했고, 이 힘겨루기의 결과는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무역불균형 개선을 위한 100일 계획’을 통해 드러났다. 중국이 미국에 큰 양보를 한 셈이다. 그러나 ‘100일 계획’ 결과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미국은 올해 초부터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다시 높여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지난해의 전초전에 비해 훨씬 다양한 무기와 우군들을 동원한 상태다. 통상법 301조를 사용할 근거로 중국의 지재권 침해 조사 보고서를 준비했고, 유럽연합(EU)과 일본에도 제재 동참을 요청했다. 그동안 WTO의 판정 결과를 이행하거나 상소위원을 임명할 때 늘 비협조적이었던 미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중국 지재권 침해 문제를 WTO에 직접 제소한 점 역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사면초가에 빠진 중국 입장에서도 억울한 점이 없지는 않을 듯하다. 지재권 문제는 개인이나 기업의 문제이고, 기업들 간에도 서로 침해 사실을 잘 알면서 전략적 이유로 덮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정부가 대중 압박을 위해 굳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지재권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은 것은 결국 ‘원숭이 꽃신’ 전략, 즉 미국 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 진입과 침투를 위해 사실상 의도적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값싸게 뿌렸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이 이런 이유를 내세워 면죄부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게 보기에는 중국 내 지재권 침해가 워낙 광범위하고 구조적으로 이뤄져온 탓이다. 또 무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양측이 비슷하게 공유하면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갈등 상황을 회피하려는 노력을 벌이는 법인데,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불균형이 워낙 심해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 중국은 미국이 취한 일련의 무역제재 조치들에 대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30억달러 규모의 대미 보복관세 품목 리스트도 이미 발표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충돌이 ‘무역전쟁’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이 보유한 1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한다거나, 미국산 농산물이나 항공기 수입에 제재 조치를 취하면 미국 경제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실제 움직임은 훨씬 신중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른 문제와 달리 지재권 침해는 중국 입장에서도 변명할 여지가 별로 없다. 미 국채 매각이나 농산물 수입 금지 역시 중국경제가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지도층 내부에 ‘아직은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존재한다.

물론 중국 정부 역시 대내적으로 명분과 체면을 지켜야 하는 만큼 쉽게 양보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도 중국경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이번 기회에 지재권 문제를 털고 가는 것이 더 낫다. 아울러, 시간도 중국 편이 아니다. 지재권 침해 문제는 신속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EU 등 다른 나라들까지 미국 주도 제재에 동참해 ‘제2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극단적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과 적절한 선에서 양보할 명분을 찾아야 하는 중국. 두 나라 모두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제2의 100일 계획’과 같은 수습 패키지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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