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1분 전화권유로 DLF팔았다

2019.10.01 12:36 입력 2019.10.01 12:51 수정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SㆍDLF 피해자 집단 민원신청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SㆍDLF 피해자 집단 민원신청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1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간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은행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객을 속인 부적절한 사례들이 다수 나타났다. 수익에 급급한 은행들이 ‘짧은 만기와 높은 수익률’ 등 긍정적인 내용만 강조했을 뿐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1분간 전화통화로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한 DLF를 팔고, 투자자 정보를 조작해가면서 75세 고령자에게 상품을 권유한 분쟁조정 사례도 공개됐다. 고객 상당수는 안정적인 성향의 예·적금 고객이었다.

금감원이 공개한 DLF 분쟁조정 신청 주요 사례를 보면 1분간의 전화통화로 1등급 위험상품인 DLF를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올해 4월 은행 직원은 직장인 ㄱ씨에게 먼저 전화해 “안전하고 조건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빨리 가입해야 한다”며 DLF 가입을 권유했다. 통화시간은 딱 1분이었다. ㄱ씨는 평소 은행직원에게 주식형펀드 손실 경험을 언급하며 “높은 이자는 필요 없으니 적금이나 정기예금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해 왔기 때문에 은행 직원이 예금을 권유하는 것으로 믿고 가입했다.

ㄱ씨는 은행직원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대신 업무를 처리하게 했다. 가입 처리가 끝난 후 은행 직원은 ㄱ씨의 직장을 방문해 거래 신청서를 작성했다. 은행 직원은 ㄱ씨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분류했다. 결과는 60.1% 손실이었다.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려던 75세 고령자를 DLF로 유치한 사례도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DLF나 주가연계펀드(ELF) 등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3년간 거래경험이 있다’고 체크하고 가입을 진행했다.

이 고령자는 며칠 후 은행의 모니터링 콜에 상품 내용을 모르겠다고 답변했지만 계약은 그대로 진행됐다.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를 강조하여 DLF를 판매한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이 판매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확인된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20% 내외다. 서류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도 불완전판매로 추후 판별될 수 있으므로 불완전판매는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필로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음’을 기재해야 하는데 은행원이 대필로 기재하거나 아예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투자자의 성향과 관련된 문항을 은행원이 임의로 전산입력하는 등 문제가 적발됐다. 무자격자가 판매하거나 고령 투자자에 대한 보호 의무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투자광고 역시 법규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다. 한 은행이 고객에게 보낸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DLF 광고 메시지를 보면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에 6개월만 투자해보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독일국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원금 전액을 잃어버릴 수 있음에도 마치 독일국채에 투자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은행 본점 차원에서 손실 가능성이나 금리 변동성 등 상품의 위험성 관련 중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만 강조했을 뿐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은 테스트 결과 원금 손실 가능성이 ‘0%’라는 내용이 담긴 문구를 마케팅 자료에 넣기도 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DLF 판매 목표 고객층을 단기간에 확정수익을 원하는 정기예금 선호 고객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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