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주산지 경북과 배 주산지 전남을 사수하라...과수화상병 전국 확산 조짐

2020.06.01 11:08 입력 2020.06.01 15:36 수정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사과 주산지인 경북과 배 주산지인 전남을 사수하라.’

세계적으로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개발되지 않아 ‘과수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이 병이 사과 주산지인 경북지역과 배 주산지인 전남으로 퍼지는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차단 방역에 나섰다.

농촌진흥청은 5월 들어 충북 충주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과수화상병이 최근 전북에서도 발생하는 등 전국으로 퍼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현재까지 충북,충남, 경기, 전북 등 4개 도(6개 시·군)의 87개 농장에서 이 병이 발생, 48.7㏊의 과수원이 피해를 입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과수화상병은 주로 5~6월에 발생하는데 최근 비가 내리고 적정한 온도(25~27℃)가 유지되면서 예년에 비해 발생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특히 그동안 과수화상병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전북 익산시에서 1건이 확진되고, 최대 사과 주산지 중 하나인 경북 영주시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온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 남부·충남 동북부, 충북 북부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던 과수화상병이 전북으로 이미 퍼진데다 경북지역에서도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영주에서 들어온 의심신고 3건 중 1건은 과수화상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2건은 현재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농진청은 이 병이 그동안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서까지 확진되는 등 확산 범위가 넓어지자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하고 강력한 차단 방역에 나서기로 했다.

농진청은 이 병이 사과 주산지인 경북지역과 배 주산지인 전남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 방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영주, 문경, 예천, 봉화지역 등 8곳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영주시와 인근지역인 문경, 예천, 봉화 등 경북의 사과 주산지 농장에는 전문인력 28명을 투입,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당국은 전북 익산으로 퍼진 과수화상병이 전남지역으로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생 농장 2㎞ 반경 안에 있는 8개 농장에 대해서 긴급 조사를 벌이고, 5㎞ 반경 13개 농장에 대해서는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그동안 이 병이 발생하지 않은 사과 주산지 경북과 배 주산지 전남을 청정지역으로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 방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충주지역에는 68명의 전문인력을 이미 투입해 사과·배 전체 농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충주지역 사과·배 재배농가는 2455농가(1355㏊)로 집계되고 있다.

농진청은 근본적인 방제기술을 개발하는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현재 나무주사를 통해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하는 방법과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를 통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는 세균병으로 감염되면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정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5~7월에 주로 발생하는 이 병은 세계적으로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병을 ‘과수의 구제역’으로 부르기도 한다. 방역 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감염된 나무를 땅에 묻음으로써 확산을 막는 것뿐이다. 덴마크·노르웨이·호주 등 외국에서도 병이 발생하면 과수를 매몰하는 힘을 쏟는다.

지난해 국내의 188개 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이 병으로 131.5㏊의 과수원이 피해를 입었고, 당국이 농가에 지급한 보상금만 329억원에 이른다.

김경규 농진청장은 “방제기술이나 방제약제가 개발되지 않은 과수화상병으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의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과수화상병의 방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모든 연구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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