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강조했지만 복지 예산 증가율 10년 새 ‘최저’

2022.08.30 21:38 입력 2022.08.30 23:15 수정

박근혜·문재인 정부 첫해 ‘복지 예산 증가율’은 모두 두 자릿수

추경호 부총리 “복지는 작은 정부 안 돼”라며 4.1% 늘리는 데 그쳐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사업 등 전 정부 사업들 위주로 대폭 삭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담아 30일 내놓은 첫 예산안(639조원)은 전체 12대 분야 중 국방과 외교·통일, 공공질서·안전 등 3개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지출 증가율이 감소했다. 총지출 증가율(5.2%)도 지난해 증가율(8.3%)에 못 미쳤다. 문화·체육·관광(-6.5%)과 산업·중기·에너지(-18%), 사회간접자본(SOC·-10.2%) 3개 분야 예산은 대폭 감소했다.

정부는 집권 후 첫 예산안 핵심 과제로 사회안전망 확대를 강조했지만 복지예산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가장 낮았다. 세금을 적게 걷는 대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건전재정을 유지한다는 정부 방침이 복지의 적극적인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는 작은 정부로 가더라도 복지는 작은 정부로 갈 수 없다”며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조했지만 내년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26조6000억원으로 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증가율(8.5%)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증가율이 낮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고용 예산의 첫해 증가율은 각각 8.7%, 12.9%였다. 복지 예산은 추진력이 있는 집권 초기에 대폭 증가했다가 동력이 떨어지면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사회안전망’ 강조했지만 복지 예산 증가율 10년 새 ‘최저’

직접적인 예산 삭감은 산업·중기·에너지, SOC 등 경제 관련 예산에 집중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사업들이 ‘칼질’을 많이 당했다. 올해 9804억원이 편성됐던 신재생에너지 보급·금융지원 사업은 내년 예산안에서 6643억원으로 줄었다. 태양광 관련 예산이 많이 삭감됐는데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단가가 떨어져 정부 예산을 줄여도 민간만으로도 사업이 충분히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한국판 뉴딜사업의 그린 스마트스쿨 조성 사업, 수소차 보급 사업 예산도 대폭 손질했다. 특히 무공해 수소 승용차 보급 사업 예산은 6221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2621억원 깎였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출을 줄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좀 더 두꺼운 사회적 약자 지원방안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허리띠를 졸라맸다지만 이마저도 재원 부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법인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안을 담은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향후 5년간 60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경기 부진으로 성장률이 축소될 경우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들어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내린 2.3%, 2.7%로 예측하는 등 주요 기관들은 하반기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도 벌써부터 거론된다. 부족한 세수를 마련하거나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서는 추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기본적으로 추경은 굉장히 엄격한 상황하에서, 엄격한 요건하에서 검토를 해야 된다”며 “재정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하고 이런 식의 단순한 발상으로는 지금 우리가 대응하기에 여건이 굉장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정부 세제개편안대로 감세가 이뤄진다면 지출을 줄이기 어렵고 재정적자 관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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