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만에 완전히 달라진 이곳…도토리골·수청마을

2023.11.01 16:48 입력 2023.11.01 16:52 수정

국토부·지방시대위원회 ‘새뜰마을’

국비 지원으로 침수, 노후주택 개조, 취약지역 개조

전주 진북동 도토리골은 여름철 우기 침수가 빈번했다.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실시한 정부의 취약주거지 개조 사업으로 재해 예방 시설을 갖추게 됐다.|전주시 제공

전주 진북동 도토리골은 여름철 우기 침수가 빈번했다.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실시한 정부의 취약주거지 개조 사업으로 재해 예방 시설을 갖추게 됐다.|전주시 제공

“비오면 말도 못했어. 마당에 물이 차고, 산에서 쓸려내려온 흙을 트럭 7대가 치웠어. 매년 고생했는데 이제 좀 살만해”

이은순(87)씨는 매년 우기 때마다 집 앞마당에 차오르는 물을 지켜만 봐야했다. 은순씨가 사는 전주시 진북동 도토리골은 유독 낮은 지대에 위치하면서 배수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도토리골, 돛대를 단 배가 드나들었다고 해서 ‘돛대골’이라고 불리던 이 마을은 어느 순간 도토리골로 이름이 바꼈다. 불과 3만4000㎡ 면적의 이 마을은 이름만큼 아기자기한 동네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외지로 나가면서 남은 사람도, 집도 모두 나이를 들기 시작했다. 현재 마을 인구수는 고작 229명, 이중 42%가 65세 이상 고령인구다. 30년이상된 노후주택비율도 2019년 절반 이상(53.7%, 65호)에 달했다.

도토리골의 고질적 문제는 침수 피해였다. 전주천 바로 옆에 위치한 이 마을은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제방 도로면보다 저지대가 낮았다. 비만 오면 산 위에서 마을 쪽으로 토사도 쓸려내려왔다. 하수도가 역류해 집과 집 사이 물이 무릎 위로 차는 일이 허다했다. 강아지가 물에 쓸려 내려온 적도 있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도 전체 마을에 21채나 됐다. 빈집들이 물이 잠겨도 한동안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인근 집까지 피해가 번졌다.

열악했던 도토리골이 변화한 건 2019년 국토교통부 및 국가균형발전위 새뜰마을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새뜰마을 사업은 정부가 주민의 기본적 생활 수준을 보장해주기 위해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주는 지원 사업이다. 2015년 사업 시행 첫해부터 내년까지 총 169개소가 새뜰마을 사업에 선정됐다. 국비 70%, 지방비 30% 지원이 되는데, 통상 1개소당 30억원 대 사업비로 각종 인프라 도입, 집수리, 복지 등 휴먼케어 지원이 들어간다.

도토리골에서 새뜰마을 조성사업으로 내외부가 수리된 이은순씨 집

도토리골에서 새뜰마을 조성사업으로 내외부가 수리된 이은순씨 집

도토리골은 2019년 사업 선정 이후 이듬해 주민돌봄센터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됐다.

가장 먼저 가로등 CCTV가 마을 곳곳에 설치됐다. 기존에 밤만 되면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던 곳이 안전하게 바뀌었다. 2021년에는 재해예방공사가 진행됐다. 석축, 축벽이 다시 보강됐고 우수관로가 생겨 마을에 비가 와도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가파른 지대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던 난간도 계단으로 정비됐다.

침수 공사가 완료된 뒤에는 집수리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은순씨 집을 포함 총 49가구가 벽지, 창호, 싱크대부터 지붕 등 전반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이 사업에는 민간도 합세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후원금, KCC, 신한벽지, 경동나비엔, 코맥스 등에서 현물 지원이 들어왔다.

빈집들은 주차장 등으로 탈바꿈했다. 도토리골 지역 봉사 관계자는 “빈집에서 외지 청소년들이 몰려들어와 마을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런 일들이 없어지고 주차장이 생겨 편리함이 커졌다”고 말했다.

도토리골의 정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노후주택이 남아있고, 소유권 확인이 어려운 빈집이 남아있다. 새뜰사업에 참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빈집 철거 사업은 국세로 전액 지원될만큼 효과적인데 소유권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철거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남겨둘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지자체 관리도 어렵다”고 말했다.

새뜰마을 사업으로 도토리골 빈집을 철거하고 대신 마을에 부족했던 주차장 시설이 들어왔다.

새뜰마을 사업으로 도토리골 빈집을 철거하고 대신 마을에 부족했던 주차장 시설이 들어왔다.

충남 보령시의 수청지구도 새뜰마을 사업이 진행된 지역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31억원을 들여 진행된 이 사업으로 겨울철마다 마을 주민들의 골머리를 썩히던 난방비 문제가 해결됐다. 당초 등유로 겨울을 나던 수청지구 85가구에 도시가스가 공급됐기 때문이다.

오수관 정비 사업은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크다. 그간 여름이면 모기, 파리가 들끓었는데 오수관을 정비하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

수청마을 역시 노인 인구가 사망하면서 늘어난 빈집이 많았다. 새뜰마을 사업으로 빈집들을 철거하고 거기에 마을 텃밭을 만들었다. 빈집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상섭 보령시 도시재생사업팀장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는 사망한 집주인 자녀들이 철거를 원해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 빈집들은 소유주 동의를 얻어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청마을은 환경 개선을 위해 CC(폐쇄회로)TV와 보안등도 설치했다. 주민복합 커뮤니티센터를 신축해 마을 주민간의 소통도 확대했다.

수청마을은 고질적 오수관 문제로 여름이면 모기, 파기가 들끓었다. 최근 정부 도움을 받아 오수관 정비가 되면서 악취 문제가 사라졌다.

수청마을은 고질적 오수관 문제로 여름이면 모기, 파기가 들끓었다. 최근 정부 도움을 받아 오수관 정비가 되면서 악취 문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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