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부금 ‘뚝’… 10년 공든 탑 ‘흔들’

2010.03.01 18:19

민간 대안금융 위축

사회연대은행이나 신나는조합 등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단체들은 요즘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자생적으로 시작돼 기반을 잡기 시작한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들이 정부 주도형 미소금융에 밀려 설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위기감은 민간기부가 미소금융으로 집중되면서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이크로크레디트 단체의 경우 정부와 민간의 기부금 비율이 미소금융 출범 이전과 이후 5대 5에서 9대 1로 뒤바뀌었다. 사회연대은행 안준상 팀장은 “민간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은 벌써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줄었다”면서 “대기업들이 그쪽(미소사업)에 200억~300억원씩 출연하고 나면 유사 기부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 편중현상이 심화되면 소액서민금융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소사업이 이들 민간단체에 자금운용을 위탁해 파이를 키워준다는 입장이지만 위탁액이 커질수록 자율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민간기구들은 사업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대출·회수 기준을 갖고 있지만 자금운용의 투명성을 위해 일률적 기준 준수를 요청해올 수 있다.

미소사업으로 기존 소액서민금융사업의 대출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단체들이 대출자의 상환의지나 사업의 성공 가능성 등 미래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반면 미소사업은 대출심사기준만 엄격하게 해놓은 상태다. ‘빌리기는 까다롭지만 빌리고나면 갚지 않아도 되는 정책자금’쯤으로 오해할 수 있다.

민간사업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소금융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기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도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정부나 미소재단의 위탁금을 받지 않자니 존립이 위험하고, 받자니 설립취지가 훼손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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