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탈북자들도 껴안다

2010.09.01 21:19 입력 2010.09.01 21:20 수정

송아지 사육 지원 등 국내정착 적극 도와

현대차재단도 창업교육 후 ‘종잣돈’ 대출

지난해 말 출범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미소금융이 국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 지원에 나서면서 사업 활성화에 나섰다. 탈북자들도 자유를 찾아 넘어왔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취직과 창업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소금융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소금융, 탈북자들도 껴안다

매개체는 ‘소(牛)’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듯, 소의 사육을 통해 자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이달 말부터 송아지 사육을 이용한 탈북자 지원사업을 시작한다. 탈북자들은 미소재단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으로 송아지를 산 뒤 이를 강원 태백에 있는 농장에 맡기고, 농장은 이를 소로 키운 뒤 팔아 이익을 남기는 형식이다. 이익금은 사육농장과 탈북자가 적정 수준에서 나누게 된다. 지난 31일 기준 산지 송아지 가격은 마리당 235만원, 한우 큰 암소 가격은 495만원 내외다. 송아지가 소로 자라는 데에는 통상 30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대출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송아지 4마리 정도를 매입하면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소 사육 중에 질병 등으로 인해 폐사할 때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전액 보전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은 이렇게 마련한 종잣돈으로 창업에 나서게 되는데 개인농장 운영이나 식육점 창업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소재단 측은 조만간 태백 현지에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지원자 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정태영 현대차미소금융재단 이사장(왼쪽)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월6일 정부중앙청사에서 북한이탈주민 창업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태영 현대차미소금융재단 이사장(왼쪽)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월6일 정부중앙청사에서 북한이탈주민 창업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은 지난달 25일부터 탈북자 창업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차재단이 인터뷰를 통해 직접 선정한 20명으로 시작했다. 창업에 성공한 탈북자가 자신의 성공사례를 들려주고 프랜차이즈 및 피부숍, 제빵 등 창업현장을 방문하도록 구성됐다. 다음달 4일까지 총 75시간에 걸친 창업교육을 마치면 대출심사를 거쳐 11월께는 첫 창업자가 나올 것으로 현대차미소재단 측은 전망했다.

창업교육을 받은 탈북자는 탈북자전용 창업대출자금인 ‘H-하나론’을 이용, 최대 5000만원을 연 2%의 금리로 빌릴 수 있다. 이는 기존 미소금융대출(연금리 4.5%)보다 조건이 좋다. 탈북자 지원은 현대차미소재단이 아이디어를 발굴, 통일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현대가의 대북지원사업 정신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현대차재단이 탈북자들에게 대출한 미소자금은 10건, 2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미소재단 측은 “탈북자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남한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법률 등 창업 상식이 부족한 편”이라며 “반면 생활력과 개척정신이 매우 강해 제대로 된 창업 지원만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1만8339명으로 올해 내에 2만명이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또 탈북자는 여성들이 많았고 연령별로는 30대(33%), 20대(27%), 40대(15%) 순으로 경제활동인구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상당수가 국내 정착에 실패하면서 저신용·저소득자로 전락해 빈곤층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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