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2013.04.14 21:57
이정훈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나라살림도 적자 과도해지면 ‘정부 부도’ 날 수 있다

가정이나 기업이나 넉넉한 살림을 원한다. 나라 경제를 운용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종사자 수나 매출액 등으로 따져보면 가장 큰 회사다. 그렇다면 정부는 살림살이를 어떻게 할까. 정부가 어떻게 돈을 벌고 쓰는지는 언제나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다. 경제정책의 목표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나라 경제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돈 마구 찍어 나랏빚 갚으면 화폐 가치 떨어져 물가 올라
올 경제 예상보다 좋지 않고 세금마저 덜 걷힐 우려도
지출 늘려 경기 부양 추진… 정부 최근 추경 편성 논의

■ 정부는 어떻게 살림살이를 할까

정부의 살림살이를 ‘재정’이라 하는데 기본적으로 가정과 다르지 않다. 수입은 세입, 지출은 세출이다. 재정은 정부가 한 해 동안 수입을 예상해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지 미리 계획(예산안)을 세우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승인받는 과정을 거친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정부예산 규모가 같이 증가한다. 2012년 정부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6%였다. 올해 한국 정부의 예산은 342조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1% 증가했다.

■ 나라 살림에 쓰는 돈은 어떻게 조달하나

정부의 주수입원은 세금이다. 이 중 국세수입이 전체 예산의 58%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국민연금 등 각종 기금 수입이다. 국세 중에서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72.3%(2011년 기준)를 차지한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직접세로 개인의 소득과 법인의 소득에 일정 비율을 곱해서 부과하고, 부가가치세는 간접세로 물건 가격에 10%가 붙어 물건을 살 때마다 납부하는 셈이다. 세금 외에도 국유재산 매각수입, 정부기업 수입, 수수료 수입 등이 있으나 비중은 크지 않다.

■ 예산이 모자라면 어떻게 하는지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경우를 재정적자라고 한다. 적자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지출은 공무원 인건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줄이기가 쉽지 않다. 정부 지출은 경제성장뿐 아니라 복지, 국방 등과도 직결돼 마구 줄일 수만은 없다.

둘째,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개인이나 법인의 소득이 늘면 세금도 많이 걷힌다.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소득이 늘지 않고 소비도 위축되기 때문에 세금도 예상보다 적어진다. 그래서 새 정부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수입원을 찾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하경제란 사채, 권리금 등 세금을 내지 않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GDP 대비 23%로 추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보다 높아 세금을 더 징수할 여지가 큰 셈이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도 많다.

마지막으로, 빌려 쓸 수도 있다. 정부가 돈을 빌린다는 것은 주로 국채 발행을 의미하는데 정부는 일반적으로 신용도가 높아 개인이나 기업보다 쉽게, 낮은 이자로 빌릴 수 있다. 그런데 적자가 계속되고 빚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정부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금리가 상승하고 국채 발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은 2012년 재정적자가 GDP의 1.1%로 양호한 편이며, 총 국채 발행 잔액은 362조9000억원으로 GDP의 29.3%다.

■ 유럽 재정위기국과 일본의 차이

2010년 이후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장기간 지속된 재정적자와 높은 정부 부채비율로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국채 발행이 어려워지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2012년 기준 GDP 대비 정부의 부채비율은 그리스 171%, 이탈리아 126%, 스페인 91% 등이다. 일본의 정부 부채비율은 이들 국가보다 훨씬 높은 237%지만 위기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누구한테 빌리느냐의 차이 때문이다. 일본 국채는 93.8%(2009년 기준)를 일본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으나 유럽 재정위기국의 국채는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갖고 있다. 국민들은 자기 정부를 신뢰하고 공동운명체로 생각하지만, 해외 채권자들은 다른 나라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빌려줬던 자금을 회수하거나 더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

■ 최악의 경우 정부도 부도 가능

정부도 빚을 갚지 못해 부도를 낼 수 있다. 국채에 대한 이자나 원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기업과 마찬가지로 부도가 난다. 최근 그리스, 키프로스 등도 사실상 국가부도 상황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받기로 결정된 상태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달러화가 부족해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기업이 부도나면 채권단이 경영권에 관여하듯이 한국도 자금지원을 받은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 등 IMF가 요구하는 여러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다.

■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서 나랏빚을 갚는다면

돈을 마구 찍으면 시중에 돈이 흔해지게 되고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물건 가격이 비싸진다. 물가가 오르는 현상인데, 이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지난해 1000원 하던 빵이 올해 1030원이 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두 배, 세 배로 오른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렇게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 것을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전쟁배상금 마련을 위해 돈을 마구 찍어낸 결과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다. 1918년 1마르크에 빵 2개를 살 수 있었으나 1923년에는 1000억마르크를 리어카에 싣고 가도 빵 한 개를 겨우 살 수 있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서 있었고 아르헨티나, 멕시코, 헝가리 등도 과거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었다.

■ 요즘 많이 나오는 추경은

추경이라는 것은 추가경정예산의 줄임말로 기존 예산안에 추가적인 변경이 필요해 수정한 예산이라는 뜻이다. 전년도 말 예산안을 세울 당시의 예상과 올해 상황이 달라 수입이 줄어든다거나 지출을 늘려야 하면 기존 예산안을 수정해 다시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정부는 올해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세금이 덜 걷히고 있는 데다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논의하고 있다. 추경 규모는 15조원 안팎으로 국채를 발행해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추정에 따르면 추경에 따라 정부 지출을 10조원 늘릴 경우 올해 GDP 성장률을 0.5%포인트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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