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2013.05.05 21:43 입력 2013.05.05 22:17 수정
박상진 | 우리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

수수료 대부분 마케팅 비용으로… 소액대출서 ‘알짜 수익’

신용카드는 1950년 미국에서 처음 태어났다. 한 사업가가 뉴욕의 유명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는데, 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오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경험했다.

이후 그는 신용을 바탕으로 식당을 먼저 이용하고, 대금은 나중에 일괄 정산할 수 있는 회원제 외상거래 제도인 ‘다이너스 클럽(Diner’s Club)’을 만들었다. 그리고 클럽의 회원임을 증명하는 플라스틱 카드를 발급했는데, 이것이 신용카드의 탄생이었다.

신용카드의 등장배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용카드의 주된 기능은 신용을 담보로 하는 외상거래이다. 지금은 그 사용처와 기능이 보다 확대됐다. 사용처는 식당에서 대부분의 제조, 유통, 서비스 업체 등으로 다양해졌고, 외상거래 기능 외에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의 소액 신용대출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카드 이용금액에 대한 포인트 적립, 할인 그리고 무이자 할부 등의 부가서비스 기능까지 대폭 강화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갖가지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신용카드사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일까.

▲ 지갑 두고 식당 온 미 사업가 곤욕 치른 뒤 ‘회원제 카드’
카드 남발로 가계부채 심화… 2003년엔 ‘카드대란’ 겪어
수익성 둔화에 서비스 축소… 점차 체크카드로 대체될 듯

[알기 쉬운 경제]신용카드

■ 소비자·가맹점·밴사·카드사 복잡한 결제구조

신용카드사들의 수익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용카드 거래 프로세스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드회원이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맹점에서 카드를 긁으면(①) 거래정보가 결제대행서비스업체인 밴(VAN)사로 전송되고, 밴사는 카드사에 거래승인을 요청한다(②). 카드사의 거래승인이 밴사를 통해 가맹점에 통보되면(③) 가맹점은 물품을 판매한다(④). 가맹점은 고객이 서명한 매출전표를 밴사를 통해 카드사에 제출하고(⑤, ⑥), 카드사는 가맹점수수료 등 제반 비용을 차감한 후 잔여 대금을 가맹점 계좌에 입금한다(⑦). 마지막으로 카드사는 결제일에 카드회원으로부터 대금을 청구·회수한다(⑧, ⑨).

■ 신용판매보다 대출·현금서비스가 주수익원

가맹점과 카드회원 사이에 밴사업자와 카드사가 결제 프로세스에 참여함으로써 수수료가 발생한다. 밴사는 결제 건당 80~150원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가며, 신용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로 결제대금의 평균 2% 안팎을 받는다. 이렇게 신용카드 신용판매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2012년 기준 신용카드사의 카드수익 중 62%를 점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현금서비스 및 카드대출 이자수익이 20%, 연회비·부대업무수익 등 기타수익이 18%를 차지했다. 다만 신용판매로 인한 카드수익 중 상당 부분이 마케팅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이 더욱 매력적인 수익원이다.

■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카드대란

신용카드사는 회원의 신용을 기반으로 한 신용판매와 신용대출이 주요 사업이어서 카드회원이 청구대금을 결제하지 못하면 건전성에 타격을 받게 된다. 2003년 카드대란은 신용카드사가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 사례이다. 2002~2003년 신용카드사들은 경쟁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까지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남발했다. 당시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수는 4.57장에 달했다.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은 무절제한 카드 사용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하는 뇌관으로 작용했다. 2003년 말 기준 신용카드 연체율은 28.3%였다. 신용에 근거하지 않은 신용카드 사업이 금융산업 전반의 위기로 확대된 사건이 바로 2003년 카드대란이었다.

■ 소비·서비스 축소 신용판매 감소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여 왔던 신용카드 산업은 최근 또다시 수익성 악화가 예고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의 첫번째 요인은 신용카드사의 주수익원인 신용판매 수수료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경기둔화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2012년 신용카드 이용금액 증가세는 3.6%로 전년(9.5%)보다 크게 둔화했다. 게다가 2012년 7월 개편된 신가맹점수수료체계는 가맹점수수료율을 평균 0.24%포인트 하락시켜 관련 수익을 9000억원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하락 예상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할인 등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카드 이용금액 성장 둔화세가 가속화해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 대출금리 인하, 체크카드 탓 수익성 악화

금융감독당국은 2012년 4분기 기준 평균 연 15.5% 수준인 카드론과 22.8% 수준인 현금서비스 금리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현재 신용판매 수익 비중이 전체의 60%를 웃돌지만,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 일부 카드사는 실제 남는 돈이 거의 없다.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의 카드대출 수익 비중은 전체의 20%지만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금리가 낮아지면 카드사 수익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신용카드는 체크카드에 의해 상당부분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본인 연소득의 25%를 초과하는 신용카드 사용금액(공제한도 300만원)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체크카드가 30%로 신용카드(15%)보다 훨씬 높다. 정부의 체크카드 이용 활성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평균 가맹점수수료율이 2% 수준인 신용카드는 평균 수수료율이 1% 수준인 체크카드로 점차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 신용카드 합리적 소비로 전환해야

수익성 둔화를 예상한 카드사들은 잇따라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대형가맹점 무이자할부 중단이다. 2011년 카드업계 마케팅 비용 중 약 24%가 무이자할부 관련 비용으로, 그 규모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속하기가 불가능한 마케팅 구조이다. 향후 카드 사용에 따른 부가서비스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가서비스 축소로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될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카드사가 부담했던 부가서비스 비용은 가맹점 수수료 형식으로 가맹점에 전가됐고, 가맹점은 가격인상 형태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부담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 입장에서는 축소된 혜택만큼 비용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로 부풀려진 과소비가 합리적인 소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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