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뭉칫돈, 증시 탈출해 예·적금으로…은행이 마냥 못 웃는 이유

2022.06.07 22:30 입력 2022.06.07 22:32 수정

투자예탁금 전년 대비 20조 빠져

은행 예·적금 늘고 대기 자금 정체

요구불예금 감소 땐 자금조달 부담

“하반기 이후 예대마진 축소” 전망

최근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2~3%대로 상승하면서, 고금리를 원하는 여윳돈이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게 돼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하반기 이후 은행의 예대마진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679조7768억원으로, 전달보다 19조1369억원 불었다. 지난 4월 정기예금 잔액이 전달 대비 1조1536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증가액이 16.5배 폭증한 것이다. 이들 은행의 5월 적금 잔액도 전달보다 8006억원 증가했다. 예·적금을 합하면 한 달 동안 19조9375억원 불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대기하던 자금이 이들 상품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57조5671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사이 20조원 이상 줄었다. 연초 이후 증시가 하락하다 박스권에 갇히자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은 올해 들어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예·적금이 지난해 말보다 26조4999억원 증가한 사이, 요구불예금은 10조743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개별 은행에 따라서는 최근 2개월 연속 요구불예금이 감소한 곳도 있다. 은행 측에선 요구불예금의 일부는 예·적금으로, 또 다른 일부는 연 2% 이상의 금리를 주는 인터넷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25~2.50%선까지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정기예금 가입자들이 추가 금리 인상을 기대하면서 예금 만기를 짧게 지정하거나, 관망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정기예금에 가입할 시기를 재고 있는 자금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따라 오른다. 하지만 요구불예금의 비중이 감소해 자금 조달 원가가 종전보다 증가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감소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2분기 이후 가속화되면, 예대금리 차가 하반기 이후 좁혀질 수 있다”며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감소한다면 은행이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채무를 조정하거나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