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건설업] (상) 지금 상황은

2000.11.01 19:18

건설업계에 빅뱅이 일고 있다. 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방침과 도급순위 1위인 거함 현대건설의 1차 부도는 2차 기업구조조정의 시작이란 뜻과 함께 그동안 벼랑끝에 서 있던 국내 건설업계에 변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변화의 칼바람은 전례없는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한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는 지적도 있다. 태풍권에 진입한 건설산업의 현 주소와 회생대책을 긴급 진단한다.

“설마 했는데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동아건설의 사실상 퇴출과 현대건설 사태로 건설업계 전반이 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채권단에 의한 ‘강요된’ 개혁이지만 시장도 이를 바라고 있어 변화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바람은 사상 최악인 건설업계 상황과 맞물리면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잿빛 건설업=지난 3년간 건설업의 성장은 마이너스였다. 1998년 -8.6%, 99년 -10.1%, 그리고 올 9월 현재 -5.9%. 지난해부터 국내 경기가 살아났지만 건설업만은 여전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그대로다. 건설업이 이렇게 어려운 것은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지난해 4월 건설업 등록제 실시 이후 신규 업체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사물량이 급감하면서 수주경쟁이 심화된 것이 큰 요인이다. 파이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우선 살아남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과당출혈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택건설 위축 등 건설경기 침체 속에 업체당 평균 수주액은 98년 1백14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53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해외건설 시장상황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올들어 국내 건설업체들이 올린 해외 수주액은 10월31일 현재 38억5천여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73억3천여만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앞도 안보인다=현재 시공능력 100대 기업 중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화의상태에 있는 업체가 37곳이다. 채권은행 등이 당장 동아건설식의 기업처리 수순을 밟게 되면 무너질 기업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는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해외공사 수주 저조 속에서도 지난해 대비 185%의 신장률을 보인 중견업체 신화건설처럼 국내 금융권의 불신으로 신규여신을 받지 못해 부도가 난 경우도 적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최근들어 전반적인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건설업체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변해야 산다=‘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건설업체들로선 생존을 위해 인력 감축과 긴축 경영 등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SK건설은 최근 임직원 3,000명 중 14%인 420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연말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무리한 물량 확보전에서 탈피, 철저한 수익성 위주 사업에 주력하는 ‘양(Volume)에서 질(Value) 우선’을 선언했다.

지난 9월부터 전체직원 중 500여명의 단계적 감원작업을 벌이고 있는 대우건설도 서울역앞 연세빌딩 셋방살이를 청산, 대우빌딩으로 이사키로 하는 등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교적 나은 것으로 평가받는 LG건설 등도 내부적으로 비상체제에 돌입, 현금 유동성 확보 등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아·현대 사태는 건설업계가 변화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획득한 기업만이 건설업의 미래를 거머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국기자 nostalg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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