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行 화물은 가득’

2002.04.01 20:38

“요즘 미국으로 가는 화물은 한마디로 풀(Full)입니다”

현대상선이 운항하는 4,4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현대 엠퍼러’호의 문행모 선장(51)은 1일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배에 화물이 없어 걱정이 많았지만 요즘은 실을 자리가 없을 정도여서 신바람이 절로 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40.7%) 1위를 차지했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는 올 1·4분기에도 수출이 20% 가량 늘었다. 삼성전자 LCD 기획팀 조용덕 부장은 “미국·일본 등지에서 주문이 밀려들어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0%가량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은 지난해말부터 월~토요일은 24시간, 일요일에도 하루 8시간 동안 3교대로 생산라인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지만 내수와 수출 물량을 대기에 역부족이다. 현대차 수출기획팀 직원은 “내수는 물론이고 미국 등 해외에서도 싼타페나 EF쏘나타 같은 인기차종은 한달 넘게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수출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긴 하지만 그 여파가 연관 산업들로 서서히 번져나가면서 산업현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감(感)은 수출품을 실어나르는 해운업계가 제일 먼저 잡는다. 요즘 수출용 컨테이너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현대상선 컨테이너 영업본부 김홍기 이사는 “컨테이너 수송량이 올 1·4분기 8~10% 늘었다”며 “대개 3월은 비수기인데도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성수기인 7~8월에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해운업계는 이날부터 유럽행 컨테이너 운임을 1TEU당 200달러씩 올렸고 5월1일부터는 북미행 운임도 300~500달러 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이들 컨테이너에는 컬러TV를 비롯한 가전제품, 섬유류 등이 주로 담긴다. 파손위험이 커 비행기로 실어나르는 반도체나 휴대폰, 첨단 정보기술(IT)제품도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고 단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대당 190달러에 수출되던 15인치 LCD 모니터는 260달러로, 17인치 LCD는 300달러에서 380달러로 각각 값이 올랐다.

LG전자 이동단말사업본부 직원은 “북미, 중국 및 유럽 시장 등에서 CDMA 및 GSM 휴대폰 수출 물량이 늘었으며 듀얼 폴더 휴대폰 등 고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최장 3개월 이상 밀린 내수 주문 때문에 수출 물량은 해외현지 법인들의 재고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실적은 0.5% 증가에 그쳤지만 해외 판매 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수출 호전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1,106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경영전반에 대한 BSI 지수가 137.0, 생산 142.1, 내수 124.8, 수출 124.8로 나타나 내수판매 및 수출, 생산 등이 모두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철강이나 일반기계, 석유화학 업종 등은 미국·EU·중국 등의 잇따른 수입규제 조치나 해외 수요 회복이 부진한 탓에 판로 확대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 제품은 수출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수준을 회복해 세계 수요가 호전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산업자원부 김동선 수출과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 회복 덕분에 기계류나 섬유업종 등도 2·4분기부터는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영두·정길근·이인열기자 ydmo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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