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경합 차·철강·조선, 엔저 피해 ‘미미’

2013.05.14 21:31

세계 경기침체가 더 영향

자동차와 철강, 조선은 일본 기업과의 수출경합도(전체 수출액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제품의 비중)가 높다는 이유로 엔저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꼽히는 업종이다. 그러나 업종별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엔저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14일 현대자동차의 1분기 실적자료를 보면 글로벌 완성차 판매대수는 117만1804대로, 엔저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분기보다 9.2%포인트 늘었다. 매출 역시 21조3761억원으로, 20조1649억원이었던 지난해 1분기를 앞선다. 다만 영업이익은 1조8685억원으로 2조925억원이었던 지난해 1분기 대비 10.7%포인트 줄었다.

판매대수가 늘고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대규모 리콜사태로 인한 일회성 처리 비용 900억원이 지출된 점과 사내 주말 특근수당 문제로 국내 수출물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엔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b>선적 기다리는 수출 차량</b>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재계가 이를 경제위기로 몰고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자동차 선적부두에서 수출될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선적 기다리는 수출 차량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재계가 이를 경제위기로 몰고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자동차 선적부두에서 수출될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현대차의 경우 1분기 해외생산판매량(72만5065대)은 국내생산수출량(29만3011대)을 크게 앞지를 정도로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엔저의 영향을 덜 받는다. 엔저 충격에 가장 민감한 북미시장에서도 현대차는 지난달 6만3000대 이상을 팔며 지난해 동기 대비 2%포인트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 조사 결과 현대·기아차의 1분기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8.5%로, 지난해 동기 대비 0.2%포인트 늘었다.

철강과 조선은 세계 경기침체 때문에 수년째 동반 불황을 맞고 있는 업종이다. 엔저보다는 전반적인 업황이 실적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포스코는 1분기에 매출 14조5820억원, 영업이익 717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소폭 감소했다. 실적 악화에는 엔저보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판매가격 하락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 철강업체의 경우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100%라 엔저가 지속되면 원자재값 부담이 높아져 실익이 없다”며 “수출시장에서 엔저의 영향은 거의 미미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분기별 수주물량에 따라 실적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에 매출 13조1429억원, 영업이익 3777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61.7% 하락했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5배 이상 올랐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의 경우 초대형 상선이나 대형 액화천연가스선, 해양플랜트나 드릴십 등을 주로 수주하고 있어 일본 업체들과 크게 겹치지 않는다”며 “엔저로 인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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