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침체가 더 영향
자동차와 철강, 조선은 일본 기업과의 수출경합도(전체 수출액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제품의 비중)가 높다는 이유로 엔저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꼽히는 업종이다. 그러나 업종별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엔저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14일 현대자동차의 1분기 실적자료를 보면 글로벌 완성차 판매대수는 117만1804대로, 엔저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분기보다 9.2%포인트 늘었다. 매출 역시 21조3761억원으로, 20조1649억원이었던 지난해 1분기를 앞선다. 다만 영업이익은 1조8685억원으로 2조925억원이었던 지난해 1분기 대비 10.7%포인트 줄었다.
판매대수가 늘고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대규모 리콜사태로 인한 일회성 처리 비용 900억원이 지출된 점과 사내 주말 특근수당 문제로 국내 수출물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엔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대차의 경우 1분기 해외생산판매량(72만5065대)은 국내생산수출량(29만3011대)을 크게 앞지를 정도로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엔저의 영향을 덜 받는다. 엔저 충격에 가장 민감한 북미시장에서도 현대차는 지난달 6만3000대 이상을 팔며 지난해 동기 대비 2%포인트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 조사 결과 현대·기아차의 1분기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8.5%로, 지난해 동기 대비 0.2%포인트 늘었다.
철강과 조선은 세계 경기침체 때문에 수년째 동반 불황을 맞고 있는 업종이다. 엔저보다는 전반적인 업황이 실적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포스코는 1분기에 매출 14조5820억원, 영업이익 717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소폭 감소했다. 실적 악화에는 엔저보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판매가격 하락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 철강업체의 경우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100%라 엔저가 지속되면 원자재값 부담이 높아져 실익이 없다”며 “수출시장에서 엔저의 영향은 거의 미미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분기별 수주물량에 따라 실적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에 매출 13조1429억원, 영업이익 3777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61.7% 하락했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5배 이상 올랐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의 경우 초대형 상선이나 대형 액화천연가스선, 해양플랜트나 드릴십 등을 주로 수주하고 있어 일본 업체들과 크게 겹치지 않는다”며 “엔저로 인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