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엔저 부정적 측면 부각 ‘경제민주화’ 발목잡기

2013.05.14 21:31 입력 2013.05.15 05:44 수정

비약 심한 ‘경제위기론’

급격한 엔저(엔화 가치 하락)로 국내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 각종 기계류와 화학약품 등을 수입하는 기업은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엔저 현상은 양면성이 있다. 피해를 보는 기업이 있는 반면 혜택을 받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재계는 엔저의 부정적인 효과만을 강조한다.

재계의 이익단체 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이 지난달 24일 성명을 냈다. ‘일본 엔화 가치 하락으로 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인데, 사회 전반에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각종 경제·노동 관련 규제가 입법화돼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재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60세 정년 연장,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고정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재계 논리는 단순했다. 엔저로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을 옥죄는 제도를 도입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앞서 전경련은 엔저로 국내 제조업체가 수출 감소 및 채산성 악화에 직면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국내 600대 대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원·엔 환율의 손익분기점은 1185.2원이고, 특히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는 1260.7원, 철강은 1198.3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손익분기점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일 뿐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치는 아니다.

재계, 엔저 부정적 측면 부각 ‘경제민주화’ 발목잡기

▲ 혜택 기업보다 피해만 강조
정년 연장·대체휴일 법안 등
새 정부 개혁 정책 저지 의도

평균 엔·달러 환율이 116.34엔으로 엔저가 극심했던 2006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율은 18.9%였다. 당시 현대차 영업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 21.7%에 그쳤지만 2008년엔 100엔을 웃도는 엔저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이 7.9% 늘었다. 2008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였다. 영업이익은 엔·달러 환율보다 실적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이다.

문제는 재계가 엔저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과장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각종 개혁 정책의 반대 논리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감 몰아주기 금지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민의가 모아져 추진되는 사안으로 엔저와는 기본적으로 무관하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엔저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공장의 가스 누출 등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엔저와 관계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 사항인 60세 정년 연장도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서 도입이 필수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정년 연장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보고 지난해 전체 직원 2만5000여명의 정년을 60세로 이미 연장했다. 고정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문제는 대법원에서 이미 지난 3월 대구의 시외버스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 보너스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재계에서 반대하는 대체휴일제 법안도 엔저와 상관이 없다. 재계는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할 때도 비슷한 반응을 내놨다. 대체휴일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대체휴일제가 내수를 진작시켜 오히려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맞지만 재계가 이를 경제위기로까지 몰고 가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을 착실히 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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