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합의 안 된 원전 정책 지양해야” 국책기관도 쓴소리

2023.10.04 22:03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

‘무탄소연합’ 내세우며 원전 확대 추진하는 정부 기조에 우려 표명
범위 기준·인증제도 등 아직 불투명…RE100보다 달성 어려울 수도
“원전은 단기적 옵션…청정수소·SMR·탄소포집 등 기술 개발 필요”

정부가 탄소중립 실현 방안으로 내세운 ‘CF(카본프리)연합’에 대해 원자력발전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제기됐다.

경향신문이 4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보고서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 조사·분석’을 보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무탄소 에너지 정책과 제도를 새롭게 설계한다면 기존 원전 활용을 강조하는 식의 정책 방향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그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할지에 대한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국내 원전은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의 잠재적 대안인 청정수소, 소형모듈화원전(SMR),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등 미래 기술을 개발·확대하는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무탄소 전원을 내세워 원전 역할 확대를 모색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와 막대한 건설비용, 상대적으로 긴 공사 기간으로 원전이 탄소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CF연합을 추진 중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작성됐다.

CF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야 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달리 원전이나 수소, CCS 기술 등 전기 생산 과정에서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포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을 통해 제안한 CF포럼은 이달 공식 출범했다.

다만 CF 범위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인증제도 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만약 구글이 주도하는 ‘24/7 CFE’(무탄소 에너지 실시간 수급) 시스템을 한국이 도입한다면 다른 국가와의 협력은 쉬울 수 있지만, RE100보다 달성하기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24/7 CFE는 모든 전력을 1주일 내내, 매시간, 어디서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에서 충당한다는 의미로, 2021년 구글과 유엔 주도로 출범했다. 전력망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간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점검해 RE100보다 더 달성이 어렵다고 평가된다. 실제 RE100을 달성한 기업이라도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68%만 무탄소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애플이나 BMW 등 RE100 참여 기업들이 국내 부품 생산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CF연합이 국제사회로부터 얼마나 호응을 끌어낼지도 미지수다.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주관으로 배정환 전남대 교수와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작성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RE100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수출액은 31%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RE100에 참여하더라도 예상되는 반도체 수출 감소폭(9%)의 3배가 넘는다.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탄소중립 에너지 정책 설계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현실을 반영한 무탄소 에너지 정책과 제도 설계도 중요하다”면서도 “동시에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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