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국민銀과 대우빌딩 매각협상 논란

2007.05.01 09:46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당초 약속보다 서둘러 서울역 대우빌딩을 매각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호측은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매각결정을 내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턱없이 많이 든 인수자금 문제 해결을 위한 자산매각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아 ‘고가 인수·합병(M&A) 후유증’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호, 국민銀과 대우빌딩 매각협상 논란

◇‘주가 띄우기’ 위해 대우빌딩 매각=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국민은행은 옛 대우그룹의 상징인 서울역 대우빌딩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호측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자산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몇개월이 지나지 않아 이를 번복한 것이다. 이에 앞서 오남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장은 지난해 말 “대우건설의 사옥을 적어도 오는 2008년까지는 매각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측이 서울역 빌딩을 매각키로 한 것은 6조4000억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수익보장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인수후 3년내 주가가 일정 가격(2만6000~2만8000원)에 못미치는 경우 금호가 이들에게 차액만큼의 차익을 챙겨주기로 한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우빌딩을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금호는 주가 부양을 위해 대우빌딩 등 돈이 되는 자산을 팔고 이를 자사주 매입자금이나 감자(減資)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대우건설 빌딩 매각은 과거 박세흠 전 사장 당시에도 거론됐던 사항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여러 업체에서 매각을 재촉하는 마당에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고 이를 대우건설의 가치 상승에 사용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고가매입에 따른 후유증?=금호측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고, 그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하는(LBO) 방식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빌딩 매각에 나서면서 금호측은 당초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즉 표면적으로는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빚을 내지 않았지만, 자산매각으로 투자자의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LBO 방식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자산매각에 나선 것은 인수자금이 천문학적으로 많이 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우건설 매각자금은 1조5000억~2조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영업실적과 보유자산 가치가 크기 때문에 여러 업체가 경쟁하면서 인수자금은 결국 3배가 넘는 6조4000억원에 달하게 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베트남 하노이 호텔을 비롯해 전주 대우타워, 청주 메가폴리스 상가, 수원 복합터미널, 대구 대우빌딩 등 대우건설 자산 중 상당수가 자산 효율성 증진이란 차원에서 매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매각자금이 대한통운 인수에 사용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김영진M&A연구소 김영진 소장은 “인수가격이 비싸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은 M&A시장 속성상 무의미하다”면서도 “금호그룹의 재무상태에서 인수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고수익이 보장되는 자산매각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수업체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나치게 재무적 투자자에게 의존할 경우 자체 의사와 상관없이 투자금 회수만을 강요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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