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뒤처진 대표기업들 줄줄이 실패 ‘일본의 눈물’

2010.02.01 18:12

아날로그 시장에 안주, 몸집 불리기 급급

‘안전·품질’은 뒷전 … “한국엔 반면교사”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MP3 플레이어를 개발했을 당시 세계 최고 가전업체인 소니는 ‘MD 플레이어’라는 나름의 신기술을 고집했다. 64㎜ 크기의 작은 CD 같은 MD는 녹음·복사가 가능하고 음질이 MP3 음악파일보다 좋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시장의 물줄기는 MP3 플레이어로 갔다. 소니·샤프는 다시 MD에 MP3 음악 파일을 들을 수 있게 ‘변신’했지만 한 번 놓친 흐름은 따라잡기 어려웠다. ‘워크맨 왕국’ 소니의 MD 플레이어 실패 사례는 혁신에 뒤처진 일본 기업의 표상이 됐다.

혁신 뒤처진 대표기업들 줄줄이 실패 ‘일본의 눈물’

도요타 자동차가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00만대 리콜에 나서면서 ‘일본 기업의 위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도요타의 리콜 사태에 앞서 일본항공(JAL)은 파산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휴대폰 제조사인 소니에릭슨도 시장점유율 정체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비교적 건실한 소니도 주력인 가전 사업에서 시장주도권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일본 대표 기업들의 실패는 아날로그 시장에 안주하거나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혁신적 제품을 내놓는 데 실패한 탓”이라며 “우리 기업에도 반면교사”라고 지적했다.

도요타는 최근 캠리, 렉서스를 비롯한 대다수 차종에서 가속 페달 문제로 대대적인 리콜에 나서며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도요타 리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이유는 효율을 극대화하는 팽창전략 탓에 정작 장점인 ‘안전·품질’을 놓쳤기 때문이다.

한때 전자업계 ‘빅3’에 올랐던 소니에릭슨은 일본 시장의 흐름에 갇혀 세계 경쟁에서 밀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소니에릭슨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5.0% 점유율에 머물렀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10억1800만유로로 2008년보다 9배 급증했다.

소니에릭슨은 텃밭인 유럽을 빼고 다른 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고가의 터치폰 시장에서 ‘워크맨폰’을 내놨지만 한 자릿수 미만의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폐쇄주의’(일명 ‘갈라파고스 신드롬’)가 주된 원인이다.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 합작사의 문화 차이로 터치폰이나 스마트폰 같은 신시장에 제때 대응치 못했다.

후지나 코닥 같은 아날로그 업체들도 디지털화에 뒤처지면서 주도권을 못 잡은 쪽으로 분류된다.

일본항공(JAL)이 지난달 19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도 일본 기업 쇠락의 주요 단면이다. 원인 분석은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대체로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일본 기업의 한계 상황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1년 이후 4차례 공적자금을 받으며 ‘대마불사’를 보여준 JAL이 파산한 것은 일본식 경영의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민영화 후에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대표되는 ‘관치’와 10조원이나 되는 퇴직급여 충당금도 일본 기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일본 간판기업들의 잇단 몰락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 업체들도 과거 MP3 플레이어를 먼저 내놓고도 애플에 주도권을 뺏긴 아픈 경험이 있다. 최근 스마트폰 대응에 실기한 뒤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도 혁신에 뒤처지면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앞선 기술력에 의지해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일본 업체는 여전히 원천기술을 가진 곳이 많아 국내 업체가 자만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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