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협력사 쥐어짜기’도 규제 필요”

2013.05.01 22:05
홍재원 기자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보완 목소리… 오너 임원들 ‘등기이사 회피’ 방지책도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완 과제도 산적한 것으로 분석됐다. 애플 같은 외국계 기업의 ‘협력사 쥐어짜기’가 도를 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규제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5억원 이상 임원의 연봉을 공개토록 한 제도도 등기이사 회피 등 또 다른 부작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외국계 기업은 사각지대

전자 부품업계에서 미국 애플은 단가 후려치기의 ‘끝판왕(최고수를 일컫는 인터넷 용어)’으로 불린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공급선에서 제외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제품에 쓸 부품 주문을 전제로 협력사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요구한 뒤, 부품 주문을 취소해버리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를 외부에 발설하면 계약파기 요건이 돼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신고하면 끝장인 줄 알라”는 식의 내용이 버젓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발주 취소 등을 엄벌하겠다는 하도급법 등은 외국계 기업엔 적용되기 어렵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1일 “전자 등 일부 업종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외 기업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외국계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걸면 걸리는 삼성전자

지난해 5월 삼성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6억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협력사에 대한 부당 발주 취소가 이유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매일이라도 삼성전자에 발주 취소에 따른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와의 촘촘한 공급망관리시스템(SCM)으로 유명하다. 소형 부품 개개의 생산량부터 미국 등 수출국의 대리점 판매량까지 실시간으로 체크된다. 시간 단위로 부품 주문이 들어가고 취소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재고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지만 바꿔 말하면 시간 단위로 발주 취소가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공정위는 이를 부당한 발주 취소로 봤고,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업계가 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부당 발주 취소 부분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오너 임원들 책임회피 방지책 필요

국회는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이사의 연봉을 공개토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의 연봉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등기이사를 맡지 않으면 이 같은 ‘화’를 면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와 그룹을 경영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재계에 ‘등기이사 회피’ 바람이 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비상장기업의 경영인들도 이 제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기업은 언론 등 사회적으로 견제를 받아 임금체계 등이 거의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비상장 중견·중소기업은 오너가 연간 수십억원을 챙겨 가면서도 회사 직원 복지는 등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연봉 공개를 피하려면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책임경영 취지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며 “최소한의 형평성은 갖출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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